[향수블로그] 삼거리 슈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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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삼거리 슈퍼의 추억
  • 강형일기자
  • 승인 2021.06.1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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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슈퍼’의 전경
‘삼거리슈퍼’의 전경

군북면 대정 삼거리는 방아실과 항곡리 그리고 와정리로 갈라지는 곳이다.

과거 옥천읍에서는 외떨어진 섬과도 같은 곳이었으나 찻길이 이어지면서 ‘방아실’로 향하는 길목이 된 곳이다. 주민은 턱없이 줄어들고 당연히 마을의 규모도 작아졌지만 7명의 학생과 세 분의 선생님으로 구성된 동화 속 분교(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가 어여삐 자리하고 있는 곳이며 질 좋고 가성비 좋은 생고기로 유명한 ‘방아실 돼지집’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곳에 그림엽서 속 한 장면처럼 귀한 구멍가게 하나 문을 열고 있다.

이제 한적하고 외진 마을에서는 모두 사라진 점빵, 주전부리의 공급처, 간이주점, 문턱 낮은 사랑방.

젊은 사람에게도 하대하지 않으시는 점잖은 어르신, 찾는 이 거의 없지만 여전히 정겨운 가게를 지키고 계신다. 한때 400명의 학생들로 북적였던 분교의 소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마을의 산 증인이시다. 82세의 연세로 보이지 않는 건강한 풍채의 김영이 어르신, 작고하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근에서 담배장사를 하시다가 학용품을 파는 문구점을 하다가 운영하시는 ‘삼거리슈퍼’

해 질 무렵 날이 어둑해지면 사람의 자취가 끊긴다. 시대의 변화가 가져온 쓸쓸함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너나할 것 없이 가난했던 시절, 훈훈한 인심이 있던 작은 구멍가게는 짙은 그리움의 풍경이다.

어둑한 가게 안, 오래된 상표의 음료수와 몇 가지의 과자봉지. 이따금 호기심에 들르는 손님들은 맥주와 안주거리를 챙기면서 이것저것 물어대기도 한다. 아예 가게 옆, 평상에 앉아 오랜만에 다시 만난 동네사람의 역할을 하다가 가기도 하며. 이제는 정지된 풍경처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삼거리슈퍼’

그 옛날 이어지던 소로처럼 시간은 늙은 소, 여물 되새김하듯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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