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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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탐방
  • 지옥임 수필가
  • 승인 2021.06.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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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공부하는 문우의 초대를 받아 직지사 나들이에 나섰다. 문우들과 함께 하는 모처럼의 외출이라 약간은 상기된 마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문우의 남편이라면서 첫인상이 좋은 노신사분이 다가와 어서 오라고 인사를 한다. 그분을 따라 식당 이 층으로 올라가니 조용하고 깨끗한 방에 갖가지 산해진미가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우리 일행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로를 마주 보며 놀랄 뿐이었다. 직지사 정식을 맛보려고 전국에서 모여든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과연 소문이 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초대한 문우는 직지사에서 문화해설사로 일하고 있었다. 직지사를 몇 번 가보기는 했어도 그동안 경내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앞서가던 문우가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해설을 하기 시작했다. 직지사는 해발 1,111m 높이의 황악산 자락에 둘러싸인 아늑한 곳이다. 418년, 약 1,600년 전 신라 눌지왕 때 삼만여 평의 터에 건립됐다.

직지사라는 절의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창건주 아도화상이 일선군 냉산 도리사를 건립하고 나서 멀리 김천의 황악산에 좋은 절터가 있음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직지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입구에 서 있는 양쪽 기둥은 내 아름으로 두 아름도 넘어 보였다. 좌측 기둥은 천년 묵은 칡넝쿨로 세웠고 우측 기둥은 싸리나무로 세웠다고 해설한다. 천년이나 묵은 싸리나무와 칡넝쿨로 과연 기둥이 가능할까 의심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의식을 발휘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해설사의 설득력 있는 말을 믿기로 했다.

누구든지 아무 때나 들어오라는 뜻으로 대문은 없되 사찰을 둘러싼 나지막한 담장이 인상적이었다. 허리가 굽어 비스듬히 누워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담을 둘려 쌓은 배려는 사찰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심산유곡 황악산 골짜기에서 정화돼 내려오는 맑은 물이 좁은 도랑처럼 경내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졸졸졸 소리 내며 흐른다. 흐르는 물은 세파에 시달리며 상처받은 아픈 사연을 토해내고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근심 걱정을 깨끗하게 씻어줄 것만 같다. 작은 조롱박이 있으면 한 바가지 떠서 꿀꺽꿀꺽 마시면 갈증이 해갈될 것같은 물이다. 어머니의 젖줄 같은 이 물줄기가 세상으로 퍼져나가 공해에 찌든 속세를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해줄 수는 없을까? 당치도 않는 공상을 해본다.

퇴색돼 빛바랜 단청 색깔은 사찰의 연륜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오랜 세월 고고함을 간직해 가치를 더해주는 듯하다. 요즘 들어 종교 집단들이 더 크게 더 화려하게 고집하며 앞다퉈 건축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새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옛것을 잘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도 가치와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삶의 질을 높여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찰 쪽은 등한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의 직지사 방향은 종교적으로 큰 감동은 없었으나 문화재나 우리의 옛것을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경우인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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