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마을만이 갖는 특유의 상황 고려해야”
상태바
[이장님, 우리 이장님] “마을만이 갖는 특유의 상황 고려해야”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6.24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원면 윤정리 금돈걸 이장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금돈걸 이장은 평지말 경로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금돈걸 이장은 평지말 경로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발 705m의 대성산이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옥천군 이원면 윤정리(이장 금돈걸, 56).

1914년 조선총독부가 행정구역 강제 통폐합에 따라 소정리, 구미리, 강청리 등 3개 마을의 일부를 윤정리에 소속시키고 이를 이남면에 속하게 하다 1929년에야 비로소 이원면에 편입시킨 다소 우여곡절을 지닌 윤정리. 이러한 윤정리는 대대로 금 씨들이 모여 사는 금 씨 집성촌이다. 지금도 금 씨 성을 가진 주민들이 많다.

10년 전만 해도 윤정리는 50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들이 살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20가구에 190여명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윤정리는 ‘부르니’ ‘반전리’ ‘수목말’ ‘평지말’ 등 4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이들 마을 간 거리가 1km가 넘다 보니 주민 간 왕래가 뜸하다는게 흠 아닌 흠.

그래서 4개 마을 모든 주민들이 한 곳에 모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나마 1년에 한 두 번이라도 마을 입구에 있는 공원이 모임터 역할을 해 왔으나 코로나 19라는 괴물이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이마저도 끊기고 말았다.

“묘목 재배 윤정리가 원조랍니다”

“윤정리가 옥천군에서 가장 먼저 묘목재배를 했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것입니다”라는 금 이장은 1930년 당시 이 마을에 살던 할아버지와 몇몇 주민들이 일본으로 건너 가 그곳에서 감나무 접목 방법을 익히고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묘목에 대한 일련의 작업들이 진행됐다고 했다. 지금도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은 묘목접목 기술자라고 한다. 그만큼 모든 주민들이 묘목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며 묘목없는 윤정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금 이장 역시 3만㎡의 농토에 묘목을 재배하고 있다.

대기업 사표 쓰고 고향으로 유턴

금 이장은 이곳 윤정리에서 태어나 3대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물론 젊은 시절 타지에서 상당 기간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늘 고향 윤정리가 떠나질 않았다. 주말이나 휴가 때면 어김없이 고향으로 내려와 부친의 일손을 거들긴 했으나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완전히 정착하리라는 생각을 키워 나갔다.

그러던 2015년, 그동안 다니던 회사를 정리했다. 너무도 획일적이고 경쟁만을 요구하는 직장생활이 신물이 났다. 남들은 그렇게 좋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뭐가 아쉬워 그만 두느냐고 했지만 금 이장의 생각은 달랐다.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높아만가는 스트레스 강도를 받아낼 힘도 의지력도 힘에 부쳤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남들보다 좀 더 일찍 퇴직해서 고향의 품에 안겨 하고 싶은 일이나 실컷 하면서 사는게 진정한 삶이 아니겠는가하는 결론을 내렸다.

고향으로 돌아온 금 이장은 우선 마음이 편했다. 어느 누구도 일을 시키거나 경쟁을 요구하지 않았다. ‘좀 더 일찍 돌아올 걸’하는 후회(?)마저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이장에 선출됐다.

평지말 경로당 반드시 세워야

우선 금 이장은 마을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마을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충청북도에 사업신청을 내 사업비 5억 원을 타냈다. 그래서 지금 마을입구에 공원다운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늦어도 올 추석에는 4개 마을 주민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그간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도록 할 셈이다.

‘1차 행복마을’ 사업에 탄력을 받은 금 이장은 다음 단계인 ‘2차 행복마을’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때는 4개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마을회관’을 만들 생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아직 경로당이 없는 평지말 마을에 경로당도 세웠으면 한다. 다만, 옥천군에서 윤정리에 대한 특성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1개 마을 1개 경로당만을 고집하는 탓에 어떻게 하면 군 관계자를 설득 시키겠는가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