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어르신들의 행복이 저의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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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어르신들의 행복이 저의 행복입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7.0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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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증약리 민경권 이장
증약리 민경권 이장은 마을 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있어 다른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편안함과 행복추구에 최우선을 두고 실행한다고 했다.
증약리 민경권 이장은 마을 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있어 다른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편안함과 행복추구에 최우선을 두고 실행한다고 했다.

삼국시대 국방 요충지

옥천군 군북면 서부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증약리(이장 민경권, 68). 동으로는 환산리와 접하고 있으며 서로는 식장산이 있다.

증약리(增若里)는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로 인근 환산과 식장산에 10여개의 산성이 있던 국방의 요충지였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충청도 동남부 지역의 중요한 역말이어서 현감급인 종6품 찰방이 옥천·보은·영동과 대전 정민역 등 10개 역을 관할했다. 지금도 마을 서쪽에는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증약리는 1739년 ‘여지도서’에 군북면 증약리라고 기록되어 있다. 1830년 ‘옥천읍지’에는 증약리가 분할되어 모곡동리와 비야동리로 나뉘어졌다. 이후 1914년 조선총독부의 행정구역 통폐합 때 군북일소면과 이소면을 합쳐 군북면으로 통합하고 증약리에서 이백리를 분리했다.

상추와 쌈채 유명

옥천 사람들은 증약을 보통 ‘진약’이라 부른다. 고려시대 북방 개척을 하며 봉수제도를 정비한 조진약 장군의 이름을 따 그렇게 불렀다, 증약리는 양짓말, 음짓말, 말개미 등 3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대부분의 주민들은 상추와 쌈채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상추와 쌈채는 증약만이 갖는 특유의 기후로 전국에서 알아주는 농산물 가운데 하나다.

지난 달 26일, 민 이장을 만나러 갈 때도 민 이장은 600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쌈채를 돌보고 있었다. 그만큼 증약리에서는 상추와 쌈채가 효자 농산물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올해로 이장 3년 차에 접어든 민경권 이장. 젊은 시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민 이장은 뜻하지 않은 화재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고민 끝에 2001년 고향 증약리로 유턴을 결심했다. 이른바 ‘귀촌’을 한 셈이다.

“저희 마을은 대대로 상추와 쌈채를 재배해 오고 있는 마을로 152가구에 310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민 이장은 “전체 주민 가운데 30% 정도가 70세 이상 어르신들입니다”라고 했다. 증약리 역시 여느 마을처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귀촌 후 본격적인 농촌생활에 들어간 민 이장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고향만 시골이지 낫 한번 들어보지 않았던 그에게 농사라는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살기로 마음 먹고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상상 이상으로 고통이 심했습니다. 오죽하면 부모님에게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불만도 퍼부었습니다”라는 민 이장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먹먹해 온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의 모든 일들은 어르신들 위주로 일을 진행한다고 했다.

“남자 어르신보다 여자 어르신이 더 많이 사용하는 마을회관 방의 벽을 허물고 중간에 칸막이를 설치했습니다. 어차피 남자 어르신들보다 여자 어르신들의 이용률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간 주방이 없어 여러가지로 불편함이 많았었는데 지난 해 마을뉴딜사업비로 받은 2천만원으로 주방도 새로이 마련해 드렸습니다”라고 했다. 오로지 어르신들이 불편해 하면 안된다는 그 만의 효 사상(?)이 이유이다.

마을 내 모든 일 개발위원에 일임

민 이장은 다른 마을과 달리 마을 내 모든 일들을 개발위원들에게 일임을 했다. 자신은 개발위원들이 잘못 진행할 경우 조용히 조언만 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 민 이장은 이장이 되면서 주민들에게 공약(?)을 하나 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오랫동안 이장을 맡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연임이 가능한 내년까지만 하고 내려 놓겠다고. 하지만, 그러한 민 이장의 생각을 마을 주민들이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귀농·귀촌인들이요? 저는 조금도 걱정을 안합니다. 제가 미리 찾아가서 인사하고 특히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열리는 마을잔치 때는 반드시 그들을 초청해 주민들에게 인사시키고 대화를 나누도록 해 최대한 그들을 품으려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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