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저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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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저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7.2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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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면 남곡리 이동복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신이 난다며 아무리 작은 일도 최선을 다해 주민들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게 가장 큰 기쁨이자 희망이라고 이동복 이장은 강조했다.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신이 난다며 아무리 작은 일도 최선을 다해 주민들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게 가장 큰 기쁨이자 희망이라고 이동복 이장은 강조했다.

143가구 283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남곡리(이장 이동복, 63). 동으로는 지양리 남으로는 구일리 서로는 매화리 그리고 북으로는 수북리와 접하고 있는 남곡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한때는 옥천군 전체 2/3에 달하는 감자와 옥수수를 생산했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 과거의 명맥을 잇기에는 버겁다. 당시 젊었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그럴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 대부분은 벼농사로 삶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태생이 순박하고 남에게 싫은 말도 하기를 꺼려하는 남곡리 주민들인지라 어지간한 불편쯤은 참고 살아간다. 덕분에 마을 발전도 더디다.

이런 마을에 11년 전 새 물결이 들어왔다. 지금 남곡리 이장을 맡고 있는 이동복 씨.

이원면이 고향인 이 이장은 이곳 남곡리에서 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들었는지 남곡리 마을노인회 어르신들이 “남곡리에 이장 자리가 공석이니 이 원장이 이장을 좀 맡아 주면 어떻겠느냐”는 부탁이 들어왔다. 

잘못 하더라도 나무라지 말고 도와 달라

처음엔 극구 고사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장을 맡느냐고, 나보다 더 훌륭하고 마을 사정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은텐데 그 분들에게 부탁을 해보라고.

하지만 어르신들의 부탁은 멈출 줄 몰랐다. 숫제 압력에 가까웠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그럼 (이장을) 맡겠으니 잘못 하더라도 나무라지 말고 많이 도와 달라”는 조건을 달아 이장직을 수락했다.  

“이장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이 이장은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주민들은 나이든 사람보다는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이장을 맡으면 일을 더 잘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이장으로 추대한 것이 아니었겠는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당시 이 이장의 나이는 52살이었다.

마을발전 위해 동분서주 경로당 앞 도로 2차선 확장

이장직을 수락한 이 이장은 본격적으로 마을발전을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 중에서도 지금 마을경로당 앞 2차선 도로가 그의 작품. 

당시만해도 이 도로가 지금과 같이 왕복 2차선으로 확장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가 이 이장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남들이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하면 할수록 이 이장에게는 해볼만한 대상이었다. 특히 바둑이라는 스포츠는 그를 승부사 기질을 키우는데 더없이 좋은 동인으로 작용했다. 이 이장의 실제 바둑실력은 자그마치 아마 5단이다.

이후 이 이장은 옥천군은 물론 대청호 관계자들을 상대로 쉼없는 노크를 했다. 당연히 홀대를 받았다. “해당 부지는 도로가 날 수 없는 지역이다.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냐”고 숱하게 핀잔도 들었다.

그러나 타고난 성격이 한번 마음 먹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관계로 수도 없이 찾아가 설득에 설득을 가했다. 결국 옥천군과 대청호 관계자들도 손을 들었다. 이때 주민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이 도로를 확장하지 못했는데 이 이장은 무슨 수로 확장 약속을 받아냈는지 모르겠다”며 이구동성으로 이 이장을 추켜 세웠다. 이때부터 이 이장은 주민들로부터 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을경로당 맞은편 도로를 넓히기로 마음 먹었다. 이 도로는 승용차 두 대가 교행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다시 관계자들을 상대로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또 해냈다. 지금은 승용차 두 대가 교행을 하고도 남을만큼 도로가 넓어졌다. 이번에도 주민들의 찬사는 끊이질 않았다. “역시 이 이장이야”

이 이장은 내친 김에 그동안 마을 숙원사업으로 거론되어 오던 남곡리 마을경로당에서 구일리 진구네칼국수 앞까지 1.5km 구간에 대해 도로 확장공사를 성사시켰다. 해당 도로는 구불구불해 특히 운전이 서툰 초보운전자들에게 늘 공포의 운전 구간이었다. 이 공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갈수록 주민 간 정 사라져 안타까워

그렇다고 지난 세월 이장직을 맡아오면서 어찌 좋은 일만 있었겠는가. 처음 이장을 맡을때만 해도 주민들의 억지 아닌 억지로 인해 신경성 위장병에 대상포진까지 걸릴 정도였다.

그나마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이장 자신보다는 주민들이 더 인정을 해주고 이장이 하는 일이라면은 일단은 믿어주고 동의를 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 간 정이 사라지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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