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살고 싶은 마을 만드는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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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살고 싶은 마을 만드는게 꿈”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8.0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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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장화리 강대우 이장
장화리 강대우 이장은 가능한 마을 주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 내어 미리서 해결해 주는게 이장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자세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화리 강대우 이장은 가능한 마을 주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 내어 미리서 해결해 주는게 이장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자세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저(나이)요? 장화리에서 두 번째로 젊답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어가는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강대우 이장(58). 강 이장은 장화리에서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은 두 살 아래 딱 한 명 밖에 없다고 한다. 장화리 역시 고령화를 비켜 나가지 못함을 증명했다.

사실 강 이장은 그의 나이 서른 살에 이미 장화리 이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결코 초짜 이장이 아니다. 그때 이미 마을 주민들의 생각과 문제점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당시 강 이장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주최한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에 도전, 옥천군에서 유일하게 선정이 되도록 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강 이장은 집안 대대로 내려 오는 과일농사에 전념하며 살아왔다.

개심저수지에 태양광 설치 움직임
주민 동원 반대 시위로 철회시켜

그러던 2018년 이맘때쯤, 한창 마을 과수작목반장을 맡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는데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장화리 입구에 있는 개심저수지 위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다는 얘기였다. “말도 안되는 말이었죠. 농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농어촌공사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더 저하시키려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장화리 주민들은 눈만 뜨면 개심저수지를 바라보며 사는데 그러한 저수지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다니요. 이는 주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하는 명백한 반정서적인 행위로 백번 양보해 생각해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라는 강 이장은 마을 주민 모두를 동원하여 옥천군청 광장과 읍내 사거리를 돌며 몇날 며칠을 밤낮으로 반대시위를 벌였다. 당연히 한국농어촌공사는 두 손 들고 물러났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당시 반대시위를 주도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지은 강 이장을 보고 주민들이 강 이장을 장화리 이장으로 추대하고 나섰다. 집회 때 유심히 강 이장을 눈여겨 본 마을 주민들이 강 이장의 일 처리 능력과 중단없는 추진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만 것이다. 이장을 하기 위해 시위를 주도한게 아니고 오로지 주민들의 피해를 막아보자는 이유에서였는데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만 그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계기로 작용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해서 얼떨결에 장화리 이장을 다시 맡게된 것이다.

“아마도 그때 시위로 마을 주민 간 화합이 더 잘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사실 주민들 간 화합이 매끄러운 상태는 아니었거든요”

귀농·귀촌인, 먼저 다가가 손 내밀어

“48가구 78명이 살아가는 장화리는 22가구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귀농·귀촌인 가구만도 13가구나 됩니다. 특히, 귀농·귀촌인들과 원주민들은 매우 협조적이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마을의 경우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간 사이가 그다지 좋은것만은 아니던데요.

“아마도 그럴겁니다. 그러한 이유로는 원주민들이 귀농·귀촌인들을 이방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인구가 줄어드는 판국에 한 명이라도 더 마을에 들어오면 인구도 늘어나고 마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데요. 저는 새로이 마을에 전입해 온 귀농·귀촌인들이 있을 경우 만사를 제쳐 놓고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며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장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줍니다. 그러면 그들 역시 자연적으로 마을 일이나 회의에 참석해 자연스럽게 원주민들과 마음을 맞춰가게 돼 있습니다”

마을 내 800m 온통 꽃밭

강 이장은 이장이 되면서 연속 사업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길가화단조성사업’. 마을을 가로 지르는 도로에 어르신들의 이름을 팻말에 새겨 작은 화단을 만들어 오고 있다. 마을 대부분의 집 앞에는 어르신들의 이름이 화단 중앙에 세워져 있다.

“마을 화단을 만들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이름이 화단에 새겨져 있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물도 주고 풀을 뽑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꽃밭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또 한 집 두 집 그렇게 하다 보니 마을 전체가 꽃밭으로 변해 외지인들이 마을을 방문하면 그야말로 꽃밭 속에서 힐링을 하다 가는 그런 기분을 들게 해 줍니다”

실제로 장화리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마을 내 800m를 빙돌아 국화를 비롯해 구절초 등 갖가지 꽃들이 피어 난다. 지금은 쪽두리꽃이 만개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장화리 역시 고령화로 인해 차츰 요양원으로 가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어르신들을 위해 요양원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저희 마을에도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분들이 많아 그분들이 어르신들을 케어하면 어르신들은 마음을 놓아 좋고 요양보호사분들은 일자리가 생겨 좋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결국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첩경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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