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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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1.08.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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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나타난 ‘열돔’현상으로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다 Covid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져 집안에만 틀여 박혀 있다 보니 체감되는 더위는 더하다. 그래도 가끔씩 전해지는 2020 도쿄 올림픽의 메달 획득 소식이 그나마 더위를 식혀준다. 뉴스 시간에 전해지는 선수들의 선전 소식은 그들의 손에 나부끼는 태극기와 더불어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준다. 게양대에 올라가는 태극기와 클로즈업되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괜히 숙연해지기도 한다.

각 지방에서는 지역의 특색에 맞춰 태극기 동산이니 태극기 거리니 하는 등의 이름으로 국기를 상시 게양하는 곳이 있다. 바람에 날리는 태극기를 바라볼 때마다 푸른 가로수와 어울린 모습이 왠지 가슴이 울컥해져 그 아름다움에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다. 

광복 76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광복절 대체 공휴일 제도까지 시행되는 첫 해이다. 공휴일로 쉬는 것도 좋지만 꼭 태극기를 게양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아울러 시간이 허락된다면 가족들과 지역의 태극기 게양 거리를 걸으며 애국하는 마음을 다져 보면 어떨까? 

이참에 그간 우리는 얼마나 국기를 소중하게 여겼는지, 나라 사랑이라는 말을 얼마나 마음속에 되새겼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가끔씩 보도되는 태극기 훼손 장면이나 태극기를 잘못 게양한 사진 등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난 현충일에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태극기 게양 실태를 살펴보고자 각 동을 돌면서 게양된 창가의 국기를 세어 보았다. 전체 각동의 25% 정도만 태극기가 게양됐었다. 그 후 각종 국경일 등에 국기를 게양하자는 관리사무소의 방송도 나오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는 실태이다. 좀 떨어진 다른 아파트도 비슷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2014년 개봉되어 인기를 끌었던 영화 ‘국제시장’에는 엄숙한 국기 하강식 장면이 나온다. 70년대에는 국기 하강식이 있었다. 오후 6시 애국가가 울리면 행인들은 모두 멈추어 서서 하강되는 국기를 보면서 엄숙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 하지 않거나 걸어가면 경찰에 단속되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 군사 정권에 의한 강압적 애국심 고취는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 세태와 더불어 비교해 보면 국기에 대한 예절과 비례하여 애국심이라는 것도 전보다는 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깃발은 조직된 사회의 표시이다. 나라에는 국기가 있다. 상징이다. ‘La Marseillaise’-프랑스 국가에는 그들이 자유를 위해 싸운 깃발 이야기가 나온다. 그 깃발은 프랑스 국기인 자유·평등·박애를 나타내는 삼색기가 됐다. 나라마다 특징있게 국기에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국기를 아끼고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나라 사랑의 구체적인 행동이 아닐까.

국기를 사랑하고 애국하자는 것이 국수주의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이 땅에 살면서 최소한의 국민적 의무를 하자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나라를 사랑하고 국기와 국가(國歌)를 존중히 여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퍽 오래전 미국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마침 그 귀국자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미국과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됐다. “귀국하면 우리 애가 애국심을 얼마나 기르게 될까 걱정했어요. 미국에서는 1학년 입학하면 철저하게 애국 교육을 시켜요. 그런데 오늘 학교에서 국기 색칠하기 공부를 했대요. 아이가 색칠해 온 국기를 보며 안심했어요”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교육이 과연 미국처럼 애국 교육을 하는지 걱정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분이 거주했던 곳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곰곰이 되씹어 볼 말이었다. 좀 오래전, 어느 전직 국회의원은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애국가도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었다. 

국기, 과연 국기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나라이다. 국가이다. 국기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라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과 같다. 국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과연 이 땅에 살 자격이 있을까. 이 땅에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국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국민의 기본적인 자세는 아닐는지.

광복 76주년이다. 류관순 열사의 등사판 태극기,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의 피 묻은 태극기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올해 광복절은 거리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면서 형식적이고 행사적인 것이 아닌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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