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외지인, 원주민들이 안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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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외지인, 원주민들이 안아야 합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8.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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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현남리 김원호 이장
현남리 김원호 이장은 “외지인들을 배척하기 보다는 그들을 안는 것이 마을 발전에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남리 김원호 이장은 “외지인들을 배척하기 보다는 그들을 안는 것이 마을 발전에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27가구 42명이 살아가는 옥천군 이원면 현남리(이장 김원호, 72)는 주민 대부분이 복숭아와 포도 농사를 주 생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 두 가구씩 줄어 드는걸 보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이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다. 

올해로 4년 차 현남리 이장을 지내고 있는 김원호 씨.

김 이장은 젊은 시절 줄곧 직장생활을 했다. 서울에서 상과계열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온 국민들의 입사 희망 ‘0’순위였던 한일은행 본점에 입사했다. 그리고 자그마치 32년을 근무했다. 보기 드문 정통 금융인 출신 이장이다.

그런 김 이장이 이곳 현남리에 보금자리를 튼 것은 1998년 이맘때. 퇴직 후 남은 여생 맘 편히 살고 싶다는 김 이장의 말에 아내 역시 “그게 좋겠다”며 아내의 고향인 옥천읍 서정리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마침 현남리에 빈집이 하나 났으니 거기서 사는게 어떻겠냐”는 말에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집으로 살림도구를 옮겼다.

외지인 인정 않는 것 현남리 문제만은 아닐 것

“처음엔 마음 고생이 무척 많았습니다. 도대체 저희 가족들을 마을 주민으로 인정해 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는 김 이장은 “이러한 현상은 비단 현남리에만 국한된건 아닐것입니다. 그런데 1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러한 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는 사실입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자신들도 투표에 참여해 공정하게 김 이장을 이장으로 뽑아 놓고도 이장이라고 부르지도 않는걸 보면 원주민과 외지인 간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한다고 했다. 더욱이 외지인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원주민이라는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걸 보면 그들의 속내가 몹시도 궁금할 따름이다. 마을의 속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들이기에 앞장서서 도와줘도 도와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심통을 부릴땐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만다.

김 이장은 이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마을 제방 확포장사업이다. 당시만 해도 비포장도로에 승용차 한 대도 다니기 힘들 정도로 비좁았던 제방도로를 군으로부터 협조를 받아 무려 300미터 넘는 길이를 마무리했다. 당연히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역시 많이 배운 사람이 이장을 맡으니까 달라도 뭐가 다르네”하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후로 김 이장은 마을 내 농로수리시설을 비롯한 마을회관 집기 교체, 방송시설 교체, 운동기구와 마을자랑비를 군부지로 옮기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을 수없이 처리해 냈다.

외지인 배척보다는 함께할 가족으로 생각해야

“외지인들이 마을에 이사를 오면 무조건 안아야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는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주민들이니까요. 더욱이 그들 가운데 누군가는 원주민들이 풀지 못할 숙제를 풀어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게 진정한 삶이 아닐까요”

이제 김 이장이 하고픈 일이 하나 있다. 군유지를 매입해 마을주민들의 경제적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창업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마을 내에 급한 불은 다 껐다고 생각한다.

현남리 마을비
현남리 마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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