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마을 내 문제,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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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마을 내 문제,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합니다”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21.12.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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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면 묘금리 김병식 이장
묘금리 김병식 이장은  “아무리 힘든 일도 몇 번이고 만나 설득을 하면 주민들 역시 대부분 동의해 준다”며 “그러한 인심이 있기에 오늘의 묘금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묘금리 김병식 이장은 “아무리 힘든 일도 몇 번이고 만나 설득을 하면 주민들 역시 대부분 동의해 준다”며 “그러한 인심이 있기에 오늘의 묘금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쇠점골(금점골), 괴골, 방아골 등 3개 마을 52가구에 70여 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옥천군 청성면 묘금리(이장 김병식, 69).

마을 모양이 고양이(猫)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묘금리는 옥천군 가운데 오지 중의 오지다. 실제로 이들 마을 간 거리는 짧게 잡아 2km 내외로 3개 마을이 한 번에 모으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추석이나 설 명절 또는 마을 내에 큰 행사라도 치를 때면 한 마을씩 번갈아 가며 행사를 진행하고 한다. 게다가 묘금리는 내놓을만한 특산물이 없어 괴골 주민들이 가장 많이 재배하는 호두 정도가 전부다. 그래서인지 이들 주민들은 자신이 땀흘려 벌어들인 것 외에는 남의 것 눈독 들이지 않고 그저 후한 인심을 바탕으로 가능한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시골 그 자체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나누고 도와주며 살아갈 뿐이다.

퇴근 해 보니 이장에 앉혀

올해로 만 10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김병식 이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 이장의 고향 역시 묘금리다. 하지만 오랜 세월 타지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얼떨결에 이장을 맡게 되었다. 다른 마을처럼 서로 이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상황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묘금리에서 대전으로 출퇴근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퇴근해 집에 와보니 마을 주민들이 어느새 김 씨를 이장으로 추대해 버렸다. 그리고는 “오늘부터 우리 마을 이장은 당신이니 그렇게 알아라”고 통보했다. 정작 본인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덜컥 이장이라는 자리에 앉혀버린 것이다.

“처음엔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난감했습니다. 마을 이장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주민 개개인의 성향은 물론 마을 구석구석 상황을 다 알아야만 가능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추진력과 통솔력도 갖추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등 떠밀려 이장을 맡은 김 이장은 마을 현안사업과 지난 세월 해결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마을 안길을 아스콘으로 확포장하는가 하면 농로도 넓게 확대했다.

특히, 다른 마을에는 다 있는 마을경로당이 유독 묘금리에만 없어 고민해 오던 것을 김 이장이 이장을 맡으면서 금강수계기금과 자신의 사비를 보태 경로당을 지어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사비는 훗날 받기는 했지만)

이외에도 김 이장은 타고난 손재주로도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고장난 가전제품이나 수도배관, 전기공사와 같이 가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크고 작은 고장들은 손수 고쳐주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직접 트랙터를 몰며 무료로 로타리도 쳐주고 있다. 

때로는 좌절하지만 끝내 동의 구해

“아무리 시골이라 해도 다양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관계로 때로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에 설득을 하면 결국은 모두가 동의를 해줘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큰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근래들어 작은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을 대표를 맡았으니 이제는 이장직을 내려 놓을 생각이다. 자신보다 더 젊고 유능한 사람이 마을 대표를 맡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주민들이 어떻게 나올지 은근히 걱정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장을 안맡으려 하고 그렇다고 나이든 사람은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으니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고민입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주민들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으며 주민 누구와도 대회가 통하는 사람이 이장을 맡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현 김 이장 외에는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다.

“자칫 지금의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또 이장을 맡아야 하는 불행(?)이 닥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김병식 이장은 현재 청성면노인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 김병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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