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운동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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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운동 간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12.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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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내기 대학생인 A는 암담한 상태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런 의욕도 없고 막연한 불안감이 수시로 엄습한다. 그때마다 관성적으로 게임에 몰두한다. 몇 시간이고 게임을 하고 나면 죄의식이 슬며시 마음 한 자락을 스며든다. 늦은 밤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고 피로에 지쳐 잠이 들면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야 잠에서 깨어난다. 그러다 보니 오전 수업은 빼먹기 일쑤고 오후 강의 시간은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고 식곤증에 시달린다. 

대학을 지원해서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생기와 의욕에 차 있었던 것이 불과 1년 전인데 지금은 자신의 선택이 잘한 것인지 자꾸만 의심이 든다. 이번 학기도 코로나 때문에 한 시간 통학거리인 학교캠퍼스에 직접 등교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거의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탓이다. 1년 전 수시합격 통지서를 받고 기대에 부풀어 친구들과 어울려서 돌아다니던 시간이 꿈 같이 먼 과거 일로 느껴진다. 

A군이 겪고 있는 문제는 실제로 많은 학생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다. 지금까지 주체적으로 시간을 설계하고 생활하기보다는 대학입시라는 목표에 삶의 의미를 종속시켜 수동적으로 살아온 학생들에게 더 잘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심한 피로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무기력감에 의해 몸을 꼼짝도 하기 싫고 방안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 이러한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지만 이러한 상황이 벌써 몇 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A군이 겪고 있는 문제에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이 심각하게 진행된 이유는 결국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리듬의 상실은 생리적으로 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의 조절에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정신적으로도 우울감을 일으키면서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그렇다면 A군에게 생리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무엇일까? 오전 늦게나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날 때를 생각해보자. 늦은 밤까지 게임을 하면서 왕성하게 분비되었던 코티졸은 잠이 들면서 가라앉아 버린 상태가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늦은 오전에 일어날 때까지도 코티졸 수준이 낮은 상태로 일어나게 된다. 결국 무기력하고 피곤한 상태로 하루가 시작된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에 머물다 보니 햇볕도 쬐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않은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세로토닌의 합성과 분비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데 햇볕을 받고 움직일 때 뇌와 장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활발하게 세로토닌을 합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낮은 세로토닌 수준에 의해서 마음이 불안해지고 우울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다가 오후 늦게 서야 코티졸의 분비가 다시 활발해지며 조금 정신이 돌아오고 그나마 움직일 생각이 든다. 

원래 정상적으로는 해가 지면서 낮 동안 만들어진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전환되면서 밤 11시쯤에는 멜라토닌이 최고 수준으로 되면서 수면에 들게 된다. 그러나 A군의 경우에는 낮동안 세로토닌의 합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가 코티졸 수준이 높게 유지되면서 멜라토닌의 생합성이 방해를 받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새벽 한두 시가 넘도록 잠은 오지 않고 A군의 뇌는 세로토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꾸만 라면(탄수화물)을 당기도록 만든다. 결국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든 A군의 뇌하수체에서는 정상적으로 분비되어야 할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방해를 받는다. 너무 늦게 잠이 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늦게 야식을 먹은 탓에 혈당도 높은 상태로 잠이 들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에는 인체의 지친 세포들이 회복되고 다음 날을 준비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결국 수면 중 불완전한 회복상태에서 깨어난 A군은 다시 코티졸이 낮은 상태로 일어나서 무기력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생체리듬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이든지 정해서 운동을 하면 그 시간을 중심으로 인체의 생체시계는 새로이 세팅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화되면서 점차 생활리듬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수면의 질이 높아지며 피로를 부르는 잘못된 리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잊지 말자. 피곤하면 쉬는 게 아니라 운동하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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