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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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춘설
  • 김동진기자
  • 승인 2022.03.2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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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핀 3월에 진눈깨비 눈이 내리고 있다.
매화꽃이 핀 3월에 진눈깨비 눈이 내리고 있다.

옥천, 겨울이 되면 예전에는 눈이 제법 내렸다 한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눈 내리는 일수와 적설량이 줄었다. 올겨울에도 눈이 내린 횟수는 몇 번 되지 않았다. 

부산에서 옥천으로 올 때 기대하는 게 있었다. 바로 겨울 눈이었다. 하지만 막상 옥천에서 1년을 살다 보니 옥천도 자주 눈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옥천에 눈 내리는 날이 이렇게 적은가 궁금하여 옥천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옥천도 예전만큼은 눈이 안내려요”라는 말이었다. 충남 예산만 가도 눈이 옥천보다 빈번하게 내리는데 같은 충청권이지만 달랐다.  

겨울에는 비를 대신해 눈이 내린다. 옥천은 눈 오는 횟수가 적어 적설량이 적고 그렇다고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강수량과 적설량이 부족한 옥천이었다. 대청호가 흐르는 옥천이라 물이 많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옥천의 겨울은 물이 부족한 메마른 고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기우이길 바라지만 말이다.

올겨울 옥천, 눈 풍경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지난 토요일 눈이 내리는 게 아닌가. 그냥 지나감이 아쉬웠는지 겨울이 다 지나간 꽃 피는 3월에 눈이 내린 것이다. 2~3일 전부터 일기예보로 눈 소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실 기대가 많았다. 그리고 드디어 예보대로 눈이 내렸다. 물론 진눈깨비로 비와 함께 섞여 내리긴 했지만 시원한 비와 눈은 옥천을 촉촉이 적시기에 참 좋았다. 놀란 꽃들은 흠뻑 젖었고 나무는 수분을 섭취해 더없이 싱싱해 보였다. 봄이 시작된 3월에 눈을 만난 건 행운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행운이 1년 동안 이어지겠지’ 혼잣말로 기쁨의 여운을 진하게 느꼈다.

3월에 소나무가 많은 산은 겨울의 검은 옷을 벗고 봄의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음이 보인다. 매화꽃에 산수유, 개나리가 줄줄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 눈 소식은 봄의 축제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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