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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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22)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4.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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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살구꽃은 복숭아꽃과 더불어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옛날 사람들은 살구꽃을 ‘급제화’라고도 했다. 살구꽃이 만발한 음력 2월에 과거를 치르고 급제된 이들은 관복을 입고 살구꽃으로 그 앞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충북 진천읍 향정리에 큰 살구나무 밑에 우물이 있었다. 우물에 살구꽃잎이 떨어진 물을 행주라 하였고 이 물을 먹으면 아들을 낳고 과거시험에 급제한다하여 유명해졌으며 마을이름을 행정리 살구우물이라 불렀다. 

중국에서도 설화가 있다. 오나라에 동봉이라는 의사가 살았다. 그는 많은 환자들의 병을 고쳐 주었는데 환자가 치료비를 지불하려하면 받지 않았다. 대신 집 뒤 동산에 살구나무를 심으라 했다. 병이 중한 환자에게는 다섯 그루, 가벼운 병을 앓던 환자에게는 한 그루를 요구했다. 그렇게 한 그루씩 모이다보니 어느새 동산은 살구나무로 숲을 이루게 되었고 동봉은 이 나무에서 나온 살구로 계속 환자를 치료했다. 사람들은 이 숲을 ‘의사동봉신선의 살구나무숲 행림’이라 부르게 되었다. 오늘날 한의원을 행림이라 칭하는 연유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또 후한의 재상 조조가 살구나무를 뜰에 심어 두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매일 열매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머슴들을 모아 놓고 “이 맛없는 개살구를 모두 베어 버려라”고 지시했다. 그랬더니 한 머슴이 “이 살구는 맛이 참 좋은데 너무 아깝습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도둑을 잡았다고 한다. 살구는 역사가 깊은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의혹’이 꽃말이다.

연복초

연복초는 복수초를 찾다가 발견되는 꽃이다. 복수초 꽃이 질 때쯤 꽃을 피워 복이 끊어지지 않게 해주어 연복초(連福草)라 이름했다. 이 꽃은 특이해서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는데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테나를 세운 줄기 끝에 동서남북 4송이의 꽃과 하늘을 바라보는 1송이의 꽃이 피어 모두 5방위를 째려보는 듯이 아주 독특하고 희귀한 모양으로 꽃을 달고 나온다.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다.

익소라

인도 힌두교 3대 신 가운데 하나인 파괴의 신은 4개의 얼굴과 10개의 팔을 가졌고 단정한 얼굴에 용맹스럽게 뻗친 머리에 초승달을 달고 있다. 검푸른 몸에는 독사를 감고 허리에는 호랑이 가죽을 두른 시바신에게 이 꽃을 바쳤다. 산스크리트어 시바신을 의미하는 이 꽃을 포르투갈어로 ‘익소라’라 이름 지었다.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가 원산으로 75cm까지 자라는 상록성 관목인데 꽃은 오렌지색, 빨간색, 분홍색 등 다양하게 피고 세계적으로 150여 종이 분포한다. 온도만 맞으면 사계절 꽃피우는 유용한 야생화로 개화기간이 길고 반짝이는 짙은 녹색 잎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꽃잎관상용 실내화분으로 키운다. 꽃은 열매를 맺지 않으므로 꺾꽂이로 번식하는 익소라는 ‘추억’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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