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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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50)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4.14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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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감사를 하겠다면 감사를 해라. 당장 접어버리면 그만이다.” 감사관을 그렇게 설득한 결과 감사는 나오지 않았고 성신과 통폐합 전까지 끄떡없이 학교 발전에 기여하는 효자 교육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송 교수, 학장직을 받으시오
보건복지부 장관 명을 거부하다

99년 내가 교무과장으로 있던 해 복지부 장관에 김모임 장관님이 임명되었다. 김 장관님은 연대 간호대학 교수와 학장을 거쳐 대한간호협회장 그리고 국회의원을 역임하시고 대학에 복직하셨다가 복지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그때 간호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특히 우리 NMC는 더욱 기뻤다. 우리 대학은 스칸디나비아 3국이 병원과 간호대학을 설립하여 10년 넘게 운영하다가 철수할 당시 국립의료원이 병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지부 소속이 되었고 간호대학은 국립의료원 원장이 학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그 특별회계로 운영하던 학교이다 보니 복지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예산과 학장 인사 권한은 복지부에 있었고 대학의 행정지도 감독권은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이원화 체제였다.

학장은 복지부가 교육부로 추천하면 교육부총리가 서명한 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학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 교수임용은 학장 명의로 임명장이 나가고 모든 운영은 학장의 권한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학장은 58년 설립 당시 원장이 학장을 겸직한 이래 변함없이 유지되어왔기에 우리 대학 뿐 아니라 간호계에서도 NMC는 병원장과 학장이 분리되어 운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어왔다. 

간호대학에 이해가 높은 김모임 장관님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문제로 장관님에게 보고드릴 일이 있어서 정명실 교수와 함께 장관님을 찾았다. 공적인 보고가 끝날 무렵 장관님이 갑자기 말씀하셨다.

“송 교수, 학장직을 받으시오. 내가 인사부서에 지시해 놓았으니 내 일 복지부 오 국장한테 전화하세요. 그러면 오 국장이 알아서 학장 건을 처리할 것이오.”

정말 갑작스러운 말씀이었다. 당황하여 한동안 망설이다가 죄송한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장관님의 깊은 뜻은 충분히 알겠습니다만 지금 저로서는 학장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이유가 뭐요? 수십 년 간 NMC 대학의 숙원사업이었지 않았나요? 그리고 인사권자인 장관이 학장직을 받으라는데 못 받겠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이요?”

장관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내가 학장직을 맡을 수 없는 이유를 하나씩 말씀드렸다. 

“현 C 원장님과는 제가 학생 때부터 30년 넘게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지내온 분이시고 현재는 학장님으로 학교에 대한 애정도 많고 학장직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는 분인데 갑자기 저 때문에 학장직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우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누가 학장직을 받는다손 치더라도 C 원장님이 자의적으로 간호학 교수가 맡도록 내려놓고자 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NMC 특별 회계로 운영되는 간호대학의 장과 병원장 간 섭섭한 관계가 될 경우 오히려 양 기관장의 알력으로 인해 학교 발전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습니 다. 간호학 교수가 학장을 맡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이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장직을 받을 수 없 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대학에는 선배 교수님들이 있습니다. 저는 나중에 아무 때나 해도 상관없으니까 정 그러시다면 가장 선배 교수인 박 교수를 학장으로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학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선배 교수들이 층층이 있는 가운데 제가 학장다운 학장으로서 소신있게 학교 정책을 펴나가기는 어려울 것임으로 지금 제가 학장을 받는 것 또 한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유로는 간호학 교수로서는 처음으로 장관님이 되셨는데 후배 교수인 제가 장관님을 도와드리기는 커녕 저희 학장 문제로 장관님을 욕보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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