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힐 각오로 농사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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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힐 각오로 농사지어라
  • 김동진기자
  • 승인 2022.04.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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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벌초’ 윤석원 대표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한 아내 신수진 씨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는 윤석원 대표.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한 아내 신수진 씨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는 윤석원 대표.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신념에 온갖 농사와 묘지관리, 육견사업을 해온 영동군 용산면 상용리 16-1의 ‘청산벌초’ 윤석원(72) 대표. 진정한 농부로 지금도 아내 신수진(63) 씨와 함께 농사를 업으로 열심히 땀 흘리고 있다. 

그는 청산초등학교 48회 졸업생으로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서울로 상경해 품팔이 막노동까지 하며 악착같이 일했다. 전생의 인연이 닿았는지 서울에서 옥천 총각과 전라도 아가씨는 운명처럼 평생의 반려자로 만나 결혼, 한평생을 살며 맞은 황혼기에 인생의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윤 대표는 “아내는 힘들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불평 한 번 안 했다. 옛날 기름보일러가 없던 시절, 아내가 산에서 나무를 해서 불을 때고 살았다. 내가 안 하니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못하는 게 없는 농사꾼

젊은 시절에는 청산면 효목리 이장 8년에 청산농협 이사도 했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벼농사와 담배, 참외, 고추 농사 등 수많은 작목 농사로 경험이 풍부하다. 경운기, 트랙터, 포클레인 등 각종 농기계에 장비를 갖추고 능숙하게 다룰 줄도 알아 작업은 손수 다 한다. 청산에서 영동으로 이사한 첫 해를 제외하고는 16,000평~20,000만 평 가량 벼농사를 지어왔다. 올해는 25,000평에 심을 모판 2,500개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36살 젊은 나이에 시작한 묘지관리는 추석 전까지 300기 정도를 관리해 하루에 많게는 26기까지 한다. 1년을 쉼없이 땅에 묻힐 각오로 일해 왔다. 

윤 대표는 “1기당 4~5만 원 받고 벌초를 시작했는데 수익이 좀 괜찮아 형편에 도움이 됐다. 추석 전 한 달만 하는 일인데 힘들어도 통장 바라보면 피곤한 게 사라졌다. 대신 고추 농사는 겹쳐서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육견사업으로 활짝 핀 삶

농사로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지만 그의 안정된 삶과 여유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건 육견 사업이다. 청산에서 민원이 없는 조용한 곳을 찾아서 영동으로 14년 전 이사했다.

윤 대표는 “영동으로 온 후 개를 700마리까지 키웠다. 그때부터 형편이 좀 나아져 땅도 사고 집도 짓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청산의 개 사육장을 정리할 때 산 하나를 팔 정도로 비용이 들었다. 개 사료는 장수에서 돼지 도축 후 버리는 부위와 금강유원지에서 나오는 짬밥을 받아서 6년간 먹여서 키웠다. 금강유원지에서 나오는 짬밥이 휴가철에는 하루 양으로 11드럼까지 나왔다. 개가 많아서 사료로 다 치워주는 큰 효과가 있지만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회 분위기라 짬밥은 환경적인 면에서 큰 손해가 발생한다. 짬밥 없애 주는 것만도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고 했다.

땅에 묻힐 각오로 농사지어라

그는 땅에 묻힐 각오로 살아온 농부다.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 지원 등 농촌 지원사업은 많지만 세심한 부분에서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윤 대표는 “농기계의 경우 4천만 원 미만은 보조금 지원이 되지만 그 이상의 큰 금액은 지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비싼 트랙터를 내 돈을 들여 샀지만 바깥에 그냥 놔두고 있어 눈, 비, 서리를 다 맞히고 있다. 음식도 썩듯이 기계도 고장이 잦아지고 수명이 짧아진다. 지금 40년 된 트랙터가 한 대 더 있는데 오래된 장비지만 아직도 모터를 한 번도 안 풀어봤을 정도로 무병하게 잘 써왔다. 그래서 농기계를 보관할 창고를 지으려고 계획 중이다. 농민들의 이런 세밀한 부분을 군이나 도에서 좀 살펴서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또한 “귀농 지원정책이 많아 젊은 사람들이 시골로 귀농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귀농하면 마음 맞는 사람을 찾고 협동농장 형태를 만들고 일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젊은 사람 3명이 모여서 농촌에서 좀 살아보고자 한다면 농업기반공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는데 너무 힘들어서 안 온다. 귀농 목적이 ‘나 정말 고생 좀 해야 돼’ 하는 사람은 가능하지만 계산적인 사람은 못 버티고 거의 나가게 된다. 내가 나를 땅에다 묻고 열심히 살려는 각오라면 시골에서 성공한다”고 했다.

콩 심은 데 콩 나는 건 
틀림없는 진실

농사하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더 바랄 게 없는 데 잘 사는 대한민국이 바람 잘 날 없어 농부도 도시민도 맘 편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윤 대표는 “농사는 천직이니까 불평불만 없이 평생 땅만 바라보고 일했고 업이었다. 우리 농민은 열심히 일만 하면 콩 심은 데 콩 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 진실보고 산다. 우리가 농부의 심정으로 땅을 파듯 자연의 진실처럼 정치인들도 각성해줬으면 좋겠다. 군수든 도의원이든 군의원이든 정말로 우리 농민이 뭘 바라는가 그것을 진정으로 돌아봐 줬으면 한다. 선거전에 한 약속들 표 받기 위한 선심이 아니라 진심을 가지고 그 약속 저버리지 말고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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