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여성] 교육은 헌신적인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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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여성] 교육은 헌신적인 사랑으로
  • 김동진기자
  • 승인 2022.04.2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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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초등학교 이기분 교장’
“아이들에게 에코의 동산에 빠져들게 하고 싶다”는 청산초등학교 이기분 교장
“아이들에게 에코의 동산에 빠져들게 하고 싶다”는 청산초등학교 이기분 교장

“초등학교 5,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닮아가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열심히 노력해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죽향초 66회 졸업생. 어릴적 꿈이 현실로 실현되면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37년이 흘렀다. 청산초등학교에 올 3월 부임한 이기분(57, 여) 교장. 그녀의 인생에서 교장 선생님이라는 시간이 막 닻을 올렸다.

그녀는 “교장이 되면서 얻은 게 너무 많다. 이 행복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열심히 나눠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비밀 바구니를 준비해 두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마지막 날 이 바구니가 살짝 움직인다. 아이들에게 줄 작은 선물을 담아서.”라며 미소지었다.

교육자로서 37년의 의미는

예전에는 내가 잘해서 된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내 주변과 고향이 나를 위해서 해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처음 청산으로 발령받았을 때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보내줬으면 했는데 얼마 전 아침에 궁촌재를 넘어 출근하면서 “나는 무슨 복이 많길래 교감도 교장도 이 지역으로 발령이 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거지” 하는 감사함에 눈물이 났다.

오래전 동생들이 대학갈 무렵에 그들은 “우리는 완전한 인격체가 못돼서 어떤 인격체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려운 거야, 그래서 못한다, 교원대든 교대든 안 간다. 누나는, 언니는 무슨 자신감으로 애들을 가르쳐”라고 했을 때 나는 완벽한 인격체라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내가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5학년과 6학년을 연임하셨다. 그 시절 일기장 검사하면서 빨간 글씨로 ‘기분아 나도 그랬어’라며 본인의 어려웠던 순간을 써주셨다. 저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내가 완전한 인격체가 되어서 교육에 종사하는 게 아니라 내 나름대로 사랑해주고 균등하게 공평하게 해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도울 수 있는 것 도와주고 해줄 수 있는 것 해주는 그게 행복했을 뿐이었다. 교대, 그리고 청성초등학교에 가면 아가페 동상이 있다. 그 아가페가 뭔지도 모르고서 열심히 교육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헌신적인 사랑으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청산초의 교육방향은

‘꿈자람’, ‘행복채움’, ‘에코’(울림, 메아리)는 청산초 교육의 비전이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행복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에코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연주하는 우쿠렐레 소리는 고학년이 되면서 더 자신감이 붙어 더 크게 울린다. 이처럼 용기를 내면 돼, 넘어져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아 또 도전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우리 학교 전교생이 29명이라고 해서 29명에 그치면 안 된다. 29명의 울림이 290명, 2,900명, 2백9십만 명이 넘을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에코의 동산에 빠져들게 하고 싶다. 작은 울림이 커져서 청산을, 옥천을, 충북을 벗어나 대한민국 전역으로 꿈과 행복이 자신감 있게 울려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현재 교육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줘야 한다. 옛날에는 학교 끝나면 공기놀이도 하고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2시 반에 끝나면 바로 방과 후로 연결된다. 방과 후 교실이 끝나면 돌봄으로 가고 저학년들은 돌봄 끝나면 지역 돌봄으로 간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놀 여유가 없어 운동장에서 놀지를 못한다. 우리는 돈과 차, 집이 선진국의 기준이지만 서양의 선진국은 취미가 몇 개인지 외국어를 몇 가지 말하는지 이런 게 기준이다.

아이들에게 너무 간섭 안 해도 아이들은 스스로 찾아간다. 옆에서 안전하게 갈 수 있게끔 가드라인만 쳐주면 되는 것 같다. 저 역시 학부모라 조바심이 있지만 아이는 더 고민하면서 스스로 찾아가며 크더라.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제 부모님 영향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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