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을 포도 밭으로 일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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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을 포도 밭으로 일군 농부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5.1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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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산 포도농원’ 차기환 대표
“농사는 어렵다. 농사도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농사방식에 농부도 농사박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는 차기환 대표.
“농사는 어렵다. 농사도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농사방식에 농부도 농사박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는 차기환 대표.

옥천 포도가 한땐 전국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그 유명세가 사라진 이후 새로이 등장한 샤인머스켓으로 옛 옥천의 포도 전성기를 다시금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전과 옥천의 경계를 지키는 충청의 명산 식장산 자락에 자리한 옥천군 군서면 오상길 121 ‘식장산 포도농원’ 차기환(60) 대표. 군서초등학교 51회 졸업생으로 30년 전기사업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인 권혁순 씨와 함께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농사짓는 걸 좋아해 농부가 되는게 꿈이었다. “아버지가 80세 되던 해 심장수술을 해서 조금씩 도와 드리다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아버지를 도와드리면서 하던 농사와 직접 짓는 일은 천지 차이고 생각같이 되질 않더라”고 했다.

‘식장산 포도농원’은 유치원생 체험학습장으로 알려져 8월에서 10월 포도철이면 하루에 20대 가량의 유치원 차량이 찾아 들고 있다.

농사는 어렵다

열매가 열리면 열리는대로 자연에 맡기고 농사를 지었다. 농부는 그저 열심히 땀만 흘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농사도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농사방식에 농부도 농사박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차 대표는 “농업도 엄청 어렵다. 옛날에 인분을 줘서 키웠지만 이젠 농사방식에 거의 박사가 되어야 한다. 그 농법과 기술을 익히는 거 보면 다들 대단하다. 옛날처럼 비 오면 터지고 버리고 살아남은 열매 따서 팔던 그때가 더 재밌고 돈이 됐던 거 같다. 지금은 상품성이 조금만 떨어지면 클레임 들어온다. 인터넷 판매 좀 해보면 못된 사람들이나 진상들 상습적인 괴롭힘에 댓글 이상하게 달고나면 후유증도 있어 농사해서 팔기에도 엄청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또한 먹거리에 자기 취향이 엄청 강하고 다양해 까다로운 면도 있다”고 했다.

옥천의 명물로 저렴하고 
친구 같은 ‘식장산 포도농원’

포도산업은 샤인머스켓이 들어오면서 제2의 호황기 동력이 되었다. 그는 샤인머스켓 경쟁 품종으로 개발한 국산품종인 스텔라 포도와 저장성이 뛰어난 충랑 포도를 재배한다. 그리고 조금 싸게 주면 마음 편하고 하나씩 덤으로 더 주고 오는 맛도 있고 커피 한 잔에 담소도 나누며 친구도 사귀고 두런두런 사람 사는 정으로 운영한다.

차 대표는 “옥천로컬푸드와 포도 온라인 축제, 홈쇼핑, 밴드 활동 및 직거래 등 판로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올해는 계룡논산로컬푸드에도 입점할 예정이다”며 “공판장에 판매하는 것보다 조금 더 받고 길거리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싸다. 공판장에는 20,000원 하는데 길거리에서 35,000원 받으면 그건 도둑놈 심보다. 농민들 보면 아주 무식한 상도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많다. 백화점 가격으로 팔고 앉아 있으니 현지에 가면 더 비싸다는 소리 듣고 욕먹는다”고 했다.

땅과 싸운 고생 10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농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습관은 포도가 잘 자라는 재미를 느끼고 건강에도 도움을 받는다. 다만 그동안 땅과 싸워옴에 아직 수익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차 대표는 “전기사업이 더 쉬웠을 정도다. 농사는 엄청 어려웠다. 일단 토질이 안 맞았다. 잘 선택했어야 했는데 고향이기 때문에 했다. 여기보다 은행리 쪽이 토질이 좋고 물이 잘 빠지고 괜찮다. 여기는 완전히 진땅으로 바가지에다 물 부어놓고 농사짓는 경우였다. 배수시설을 하던지 관을 묻어 빼내지 않으면 물이 절대 빠지지 않는 논이다. 해마다 한 3년 동안 장비 들여서 관로 묻는 게 일이었다. 이젠 자리 잡았다.”

또한 “2년 전에 장마로 비가 엄청 왔다. 침수가 되서 익지도 않았는데 뿌리가 다 상하면서 잎이 노랗게 낙엽이 지면서 망쳤다. 포도재배도 레시피 있고 관리 재배력이 있긴 한데 전혀 안 맞다. 기후로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오늘같이 봄인데도 추우면 온도차이로 식물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기 지대가 서대산과 식장산으로 춥다”고 했다.

인력구하기 어려워

군에서 인력을 지원하는 농가 인력 지원반을 운영하지만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농가들은 인력난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공공근로는 공무원들이 ‘풀 좀 뽑고 가요’ 하면 ‘비 와서 못했어요’ 하고 그러면 ‘비와서 못했구나’ 한다. 농가 일은 농민들이 어느 정도 일을 정해 주는데 절반도 못 하면 짜증내니 엄청 힘들다는 거다. 공공근로 가면 한 달에 2백만 원 가까운 벌이가 된다.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해 봐야 하루 8만 원 밖에 안 준다. 일자리 창출한다고 공공근로 만들어 농촌이고 도시고 사람을 너무 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농가지원 일을 신청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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