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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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54)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5.1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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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투표가 끝난 후 개표가 시작되었고 모두 숨을 죽이고 집중하는 듯했다. 갑자기 당사자인 내가 제안해서 처음으로 투표로 선 출되는 투표결과에 모두가 집중했다. 회장 후보는 나와 가톨릭 간호대 학장 M 교수였다.

투표결과가 발표되었고 참석한 교수 중 7명만 제외하고 3,4년제 교수가 내게 표를 주어 압도적 차이로 회장에 당선되었다. 나는 전문대학 교수로서 그렇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투표를 통해 당선된 첫 회장이 되었다. 나를 두고 갑론을박하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투표를 제안한 것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가?

다국적 기업 P&G와 학회의 
아기상담센터 MOU 체결

대한아동간호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후 나는 3년제 대학 교수로서 첫 회장이 된 만큼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장을 성공적으로 해냄으로써 전국의 3년제 간호과 교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했다. 그러던 중 미국의 국제적 기업인 P&G가 미국의 팸퍼스 기저귀를 한국에 큐티라는 이름으로 첫 출시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연한 기회에 P&G의 간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P&G사의 애로사항을 듣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팸퍼스 기저귀가 최고의 품질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에 들어와 「큐티」로 이름을 바꾸고 나니 고품질의 기저귀 「큐티」를 홍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대목에 착안해 제의했다. 우리 대한아동간호학회가 「큐티」 기저귀의 품질을 보장해주기로 할 테니 학회에 기부금을 내라는 제안이었다. 그는 내 제의에 큰 관심을 가졌고 회사에 들어가 사장과 상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 후 나는 P&G사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양측의 구체적인 협력내용에 관해 의견을 나 눴고 우리 학회는 P&G사의 제품인 아기 기저귀의 품질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우리 학회에 매년 2억 원씩 기부금을 내어 내가 학회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는 아기상담센터 운영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대한아동간호학회가 우리나라 전역에 판매되는 미국의 국제적 기업의 제품 품질을 보증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학회의 위상은 물론 간호의 위상을 높이는 기발한 일이라 생각했다. 학술사업과 더불어 아동간호학회 만이 할 수 있는 아동간호연계 상담 사업을 병행함으로써, 특히 직장맘들의 육아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상담해줌으로써 결국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아동으로 성장 발달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이었다. 물론 그런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금이 필요했다. 교수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빈약한 학회 재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마침 기회가 왔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담센터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아동간호학회와 P&G사 간에 MOU부터 체결하기로 했다.

우리 학회 임원 열 명과 P&G사 어윈(Irwin)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 7인이 신라호텔에서 MOU를 체결했다. 아기상담센터 운영을 포함한 기부금을 매년 2억 원씩 기부하고 학회는 「큐티」 기저귀의 품질을 보증하는 문구를 기저귀 포장지에 싣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P&G사 어윈 사장도 우리 학회와의 MOU 체결에 매우 만족했고 별도로 우리 학회에 서 매년 공로자 1인을 추천받아 Song&Irwin award라는 명칭의 공로상을 만들어 수상하자는 제의까지 하고 즉석에서 합의했다.

사업명은 ‘따르릉 아기상담센터’로 하고 사무실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빌딩 2층에 50평 규모로 예쁘고 특색있는 인테리어로 장식해 주었다. 상담 전문간호사로 소아과나 신생아실 근무경력 5년 이상된 간호사를 채용하기 위해 신문에 공고를 냈다. 이후 이대, 경희대, 전남대 출신의 베테랑 전문간호사 3인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기로 했다. 직장맘을 위해 퇴근 시간 후까지 교대로 연장근무를 하도록 했다. 3명의 전문간호사가 상담을 전담하되, 요일별로 교수 한 분 씩을 배치하여 매일 상담에 관한 문제 발생 시 지도하고 제 때에 문제 를 해결하도록 했다.

요일별로 지도를 맡아줄 자문 교수로 서울대 한경자, 연대 오가실, 고대 박은숙, 이대 이자형, 경희대 조결자, 한양대 탁영란, 적십자 조갑출, 인하대 안영미 교수를 위촉하고 나는 상담소장을 맡아 전반적인 운영을 총괄하며 소장실에서 가능한 시간을 내어 직원들과 함께했다. 단일학회가 매년 2억 원씩 기부금을 받는 것도 없던 일이고 또한 학회와 기업이 MOU를 통해 협업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서 놀라움과 부러움과 질시가 동시에 뒤따랐다.

내가 아는 소아과 의사는 소아과의사학회에서도 그렇게 큰돈을 매년 지원받은 적이 없었다며 놀랍다고 했다. 다른 분야별 학회 교수들 역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학회에 들어온 기부금으로 우선 교수들의 학회 논문 게재료를 전액 충당하여 연구에 몰두하도록 했고, 교수연수 등록금을 대납해주고 해외 학회 참석 시 소정의 금액을 보조해 주는 전례없는 정책을 펼 수 있었다. 회원 교수들 모두가 좋아했고 심지어 모성간호학회 및 다른 학회 회원 교수들이 아동간호학회로 이동하는 역현상까지 일어났다. 나는 아동간호학회지를 SCI급 국제학회지로 등재하기 위한 첫 시도로 최소 회원 수 300명을 채우기 위해 각 대학 병원을 비롯해 전국의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소아과, 신생아실 수간호사들 100명을 학회 평생 회비를 대납해 주어 처음으로 임상과 이론이 공존하는 학회를 만들었다. 100명의 평생 회비 2,700만원을 본 학회에 대납해준 일로 교수들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분야별 학회지로는 가장 회원 수가 적었던 아동간호학 회가 급격히 성장하여 성인간호학회지에 이어 두 번째로 회원 300명을 돌파하면서 SCI논문 학회지로 등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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