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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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가치관
  • 김용현 법학박사, 시인
  • 승인 2022.05.12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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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한솔동에 있는 백제 고분군 중 제1호분 횡렬식 무덤은 발굴한 곳에 비가 들치지 않도록 가림막으로 지붕과 벽을 설치하고 그 내부 무덤 주위로 무덤(흔적) 등의 보호를 위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철제 칸막이를 세웠다. 이는 역사적 필요성도 있지만 조상님들의 영혼이 깃든 곳이라서 행동을 삼가야 할 곳이다. 

고분 보호의 중요함에도 그 주변은 사람들이 구경하면서 담배꽁초 등을 함부로 버려서 지저분하다. 그래서 그 안에 들어가 담배꽁초 등을 주웠다고 카톡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답글로 “청소하는 아저씨가 주웠던 쓰레기 자루를 보여주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담배꽁초와 캔커피 깡통을 버린 젊은이에게 말하니 ‘우리가 꽁초를 버리니까 당신들이 먹고사는 거 아니요’” 하더란다. 

꽁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담배란 백해무익한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세상이란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담배라도 한 개비 피워물고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면서 고통을 달랠 수가 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소위 연막을 친다거나 원고청탁을 받아 글은 써야 하는데 한 줄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담배를 피워물고 생각하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글머리들이 솟아오르므로 소위 글쟁이들을 ‘비비 털이(비비고 털기의 준말)’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담배의 주요성분인 니코틴은 각성의 효과가 있어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할 때 일시적으로 창의력을 향상시키시도 흥분되었을 때 진정작용도 하는 것이다. 더구나 담배 연기 속에 아련한 임을 그리워하며 시 한 구절을 건지기도 한다. 

담배는 오래전부터 미주대륙에 거주하던 인디언들이 의약용 또는 의식용으로 사용했다는데 1492년 스페인의 탐험가 콜럼버스가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주대륙을 방문한 뒤 인디언의 담배습관을 보았고 귀국할 때 담배를 선물로 받아 가지고 옴으로써 담배가 유럽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 후 66년 뒤 또 다른 스페인의 탐험가가 지금의 멕시코에서 스페인으로 담배 모종을 수입함으로써 유럽에 담배 문화가 정착되었다.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담배가 처음으로 소개되었으며 광해군 때 일본에서 담배 모종이 들어옴으로써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재배하게 되었다는데 문자까지 전해준 우리에게 일본은 진짜 좋지 않은 것을 갚아(?)준 일례인 것이다. 

담배의 유해물질은 ‘담배 진’과 연기(속)의 화학물질들인 바, 그 연기 속에는 약 4,000여 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담배가 불에 탈 때 그 중심온도가 900℃에 이르게 되기에 이 고온에서 유기물질이 열분해, 열합성, 증류, 승화, 수소화, 산화, 탈수화 등의 과정을 거쳐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생성해 내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은 크게 담뱃진으로 표현되는 A급 발암물질인 타르, 조기노화현상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 습관성 중독성분의 마약성 니코틴이 주성분으로 이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담배를 얘기할 때 약방에 감초처럼 끼는 것이 술이다. 의사가 필자더러 술을 끊으라고 해서 의사에게 물었다. “술을 끊으면 몇 년을 더 살고 술을 마시면 얼마나 살 수 있느냐?”고. 그리고 “그 차이만큼 더 사는 것보다 술 마시며 적게 사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의사를 어리둥절하게 한 적이 있다. 

내 것 내가 먹고 나 하고 싶은 것 모두 내 맘대로 하는데, 과연 이런 생각이 옳은가? 그렇다면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 가서 장애인 목욕 봉사는 왜 하고 부모 잘 둬서 잘 먹고 사치하는데 그것을 왜 막냐? 아무 관련도 없는 남대문에 불은 왜 질러서 홀랑 다 타게 해? 정말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 중에는 아주 중요한 것과 좀 덜한 것, 매우 큰 가치와 작은 가치가 있는 것에 관해서는 모르며 더구나 ‘형식적 정의’만 알지 ‘실질적 정의’는 잘 모르는 것이리라. 

내가 쓰레기를 주운 것이 청소원의 직업에 관한 방해라면 내가 담배꽁초를 던져 여의도 면적 수백 배에 달하는 동해 산들을 다 태워 소방관을 먹여 살렸고, 죄를 많이 지어 검사 판사들을 먹여 살렸으며 질서를 위반해 경찰들이 산다고 한다면 참으로 이상한 배려(?)이고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주저없이 버려서는 안 될 곳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이 있고 이를 줍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이 사회이다. 이는 가치(관)의 체계가 흔들리고 혼동되는 현상이리라.

생각컨대, 똑같은 사람이라도 남성과 여성이 다르고 획 하나 틀리지 않아도 ‘사랑’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 아내에 대한 사랑, 딸에 대한 사랑이 모두 다 다를진대, “관리하는 사람 있는데요”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가 이를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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