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으로 치성받는 둥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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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으로 치성받는 둥구나무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6.0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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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면 은행리에 있는 둥구나무
군서면 은행리에 있는 둥구나무

농촌을 다니다보면 마을 입구로 들어서거나 안으로 들어가면 큰 느티나무나 팽나무, 버드나무 등을 쉽게 볼 수 있고 이들은 마을 입구 또는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고목은 자연스럽게 정자의 기능을 지니다가 마을을 지켜주는 신목(神木)으로서 영험함을 인정받아 신앙의 대상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사람들은 신앙의 대상이 된 나무를 둥구나무, 정자나무, 당나무, 수구맥이 등으로 부른다.

부산에서도 이런 마을의 수호신 같은 나무를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시골처럼 신성시하는 전통은 사라지고 광역시에서 나무를 보호한다지만 좁은 공간과 자동차로 인한 매연에 노출돼 점점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도 했다. 

마을에서는 고목에 대한 제사를 지내며 신성시하는데 그 이름을 거리제, 둥구나무제, 목신제라 부른다.

거리제의 이름은 마을 입구에 위치한 나무의 정령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잡귀를 퇴치한다는 생각에서 유래했다. 말하자면 나무의 신격을 노신으로 보아 이곳에서 거리제를 지내는 것이다. 둥구나무제나 목신제 또한 나무 자체의 신령성을 바탕으로 하는 제사로 둥구나무가 마을의 안정을 꾀하는 신령성을 보유했거나 둥구나무의 정령을 신으로 여겨 제사한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제의 이름은 나무의 신령성에 대한 인정과 마을의 안녕에 기여한다는 의식에서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옥천군 일대에서 전승되는 둥구나무제 일부를 소개하면, 옥천읍 오대리 오류티에서는 음력 정월 열나흘날에 둥구나무제를 지낸다. 나무 옆에는 매년 깎아 세운 장승 두 기가 있다. 군북면 대정리 와정에서는 열나흘 낮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제물을 차려 놓고 제주가 잔을 올리고 절을 한다. 군서면 동평리 평곡리 골말에서는 매년 정월 열나흘 저녁에 마을 입구에 있는 둥구나무에서 거리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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