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왕신은 늘 부엌에 있으면서 모든 길흉을 판단한다는 가정의 복과 가족의 수명에 관여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즉 부엌을 관장하는 신에게 종교적인 믿음을 바치는 민간신앙이다. 그러나 실제로 각 가정에서 조왕을 위하는 의미는 보다 확장되어 있다. 조왕신에게 치제를 올리는 사람은 객지에 나가 있는 자손이 몸 건강히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왕을 위한다고 한다. 조왕을 잘 위해야 집안이 잘되고 재물이 들어온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민간 풍습 정도로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옥천의 군서면이나 청산면 등 시골에는 지금도 조왕신을 모시는 가정이 있고 가까이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희 어머니가 간혹 새벽에 치성을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산을 떠나 옥천에 올라온 후 홀로 남겨진 집에서 객지 떠난 아들의 무사와 건강을 위해 조왕신을 모시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어렸을 적 어머니가 부엌에서 컴컴한 가운데 촛불만 켜고 치성을 드리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릴 땐 그 이유를 잘 몰랐지만 세월이 흐른 뒤 우리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하셨구나 하고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됐다.
조왕에게 올리는 공물은 맑은 청수이다. 부뚜막 위에 평평한 돌을 올리고 그 위에 사발을 얹은 뒤 물을 담아 놓는다. 그리고 이 물은 가정주부가 매일 아침 맑은 물로 갈아 넣는다.
이처럼 평상시 조왕을 위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단순할 뿐 매일 반복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정성이 요구된다. 아울러 새로운 물을 갈아 담고 간단하게 비손을 하는 예도 있다. 이외에 조왕을 위하는 치성은 정초 안택고사, 칠석고사, 갈떡고사 등에서 성주‧터주와 함께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