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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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73)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2.07.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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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5)백성의 공훈에 대한 보상 기준을 공포하라

조헌은 이외에도 백성들의 적개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적을 살상시키거나 공로를 세운 백성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을 널리 공포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오랜 세월 평화를 이어오며 전쟁을 모르는 사회 분위기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가 제시한 포상기준으로는 적의 약탈을 방지한 사람은 그 반을 상으로 주고, 적의 목 20급(級) 이상을 벤 사람은 천인(賤人)에서 양인이 되게 하고, 서얼(庶孼)은 벼슬길에 나아가게 하며 적의 선봉 또는 고하인(鼓下人)을 죽인 사람은 그 수효가 적더라도 공을 더 많이 인정해 주고 이를 위해서 집집마다 긴 낫을 만들어 준비하게 한다. 그러면 백성들이 자진하여 적과 싸우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는 나라를 지키는 일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싸워야 한다는 총력전의 의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조헌의 상소를 받은 조정의 태도
 
조헌이 왜란을 예견하고 전란에 대비할 것을 처음 주장한 것은 1589년 일본이 조선에 사신을 보내와 통호를 요구할 때이다. 그때 그는 함경도 길주 영동역에 유배되어 있었다. 일본의 속셈이 조선 침략에 있다고 판단한 그는 통호를 반대하는 청절왜사소(請絶倭使疏)를 세 번에 걸쳐 상소한다. 그러나 조정은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그는 적의 침공이 임박했음을 예견하고 다시 청참왜사소(請斬倭使疏)와 영호남비왜지책(嶺湖南備倭之策) 등을 올렸다. 

그가 제시한 영호남비왜지책은 당시의 실정을 상정해 볼 때에 대단히 실효성 있는 조선방어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충청 이남의 지리를 세밀하게 분석해서 왜군의 공격기도(攻擊企圖)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자세한 대비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성공적인 전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형에 밝은 사람을 현지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의 예상 기동로와 주요 요충지에 배치할 유능한 인물까지 추천했다. 또한, 현지 군(軍)과 백성들의 전투의지를 고양할 방도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조정의 견해는 조헌의 생각과 달랐고, 그의 주장은 시작부터 무시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왜적의 공격이 진행된 결과를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로 조헌의 판단과 똑같이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왜적은 상륙지역으로 부산을 선택했고 주력은 3개의 대로(추풍령, 조령, 죽령)를 이용해서 속전속결로 공격했다. 

만약에 조헌의 비왜지책을 채택하였다면 왜란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전쟁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침공한 왜적이 속전속결의 이점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 서울까지 진출을 허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전란이 그렇게 오래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조헌의 상소를 받은 선조가 옆에 있는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조헌은 여러 차례 미치고 망령된 소를 올렸기 때문에 귀양살이까지 하였으나 오히려 상소하는 것을 그치지 아니하니 참으로 부끄러움이 없는 자이다.”라고 했다. 조헌이 승정원 문 앞에서 3일 동안 비답이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내리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그는 대궐 주춧돌에 머리를 들이받으니 얼굴에 피가 낭자했다.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고초를 자초하는 그를 향해 조소하자 조헌은 그들을 향해 “명년에 산골로 도망갈 때면 반드시 나의 말을 생각하리라”고 했다.

임금의 비답이 내리지 않자 조헌이 다시 올린 청참왜사2소(請斬倭使二疏)와 비왜지책(備倭之策) 등을 접수한 승정원(承政院)에서는 말이 상서롭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받지 않는다. 그러자 그 이튿날 대사간(大司諫) 홍여순(洪汝諄)이 임금께 계(啓)를 올려 말하기를 “조헌이 올린 소(疏)를 승정원에서 받지 아니하니 비록 소의 내용은 알지 못하나 어쨌든 언로(言路)를 막는 폐단이 있으니 담당 승지(承旨)를 파직시키소서.”하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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