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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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조심해라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7.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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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아마도 ‘말’(言)을 하는 것일게다. 동물들이야 그저 배가 고프면 자신보다 약한 동물을 잡아 먹고 배만 부르면 된다. 그리고 어느 동물들에게도 저 동물이 좋으니 저 동물이 나쁘니 ‘말’을 하지 않(못)는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고 챙기고 쟁여 두기까지 한다. 특히 모든 행위를 ‘말’로써 처리한다. 그게 인간이다.

옛날 이웃에 관한 얘기를 좋아하는 한 여자가 살고 있었다. 견디다 못한 이웃 아낙들이 랍비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첫 번째 여자가 말했다. “그 여자는 저를 보고 빵 대신 과자만 먹는다고 말한답니다. 저는 단지 과자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매일같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식사 대신 과자만 먹는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말을 퍼뜨린답니다”

두 번째 여자가 말했다. “저보고는 아침부터 목욕을 하며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낮잠만 잔다고 터무니없는 흉을 본답니다”

또 다른 여자가 말했다. “그 수다장이는 저를 만날때마다 ‘아유, 마님은 참 예쁘기도 하시지’라고 말을 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에게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젊게 꾸미고 다닌다’고 소문을 퍼뜨립니다”라고 했다.

랍비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그 수다장이를 데려 오도록 했다.

“당신은 무슨 이유로 이웃 사람들에 대한 여러 가지 나쁜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그 수다장이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얘기를 꾸며서 한 적은 없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사실보다 조금 과장되게 한 것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저의 남편도 제게 그런 말을 한답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다만 얘기를 좀 더 재미있게 했을 뿐입니다.”

랍비는 한참을 생각하다 방에 들어가서 무엇이 담긴 자루를 하나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이 부대를 가지고 광장으로 가십시오. 광장에 도착하거든 부대를 열고 이 안에 들어있는 것을 길 바닥에 늘어 놓으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길 바닥에 늘어 놓은 것을 다시 주워 부대 안에 넣어 광장으로 돌아오도록 하세요”

수다장이가 부대를 가지고 나오더니 생각보다 가벼웠다. 도대체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길래 광장으로 가라는 것일까 하며 광장으로 갔다. 부대를 열어 보니 거기에는 새의 깃털이 가득 들어 있었다.

마침 맑게 갠 날씨인지라 산들산들 미풍이 불고 있었다. 수다장이는 랍비가 일러준대로 깃털을 꺼내어 하나 하나 길 바닥에 늘어 놓으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까지 이르니 마침내 부대는 다 비어졌다. 이번에는 빈 부대를 가지고 다시 길 바닥에 늘어 놓은 깃털을 주어 담으며 광장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한번 뿌려진 깃털은 미풍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 후였다. 

“집으로 가면서 늘어 놓은 깃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랍비가 “분명 그럴겁니다. 뒷공론(뒷담화)이라는 것이 바로 깃털과 같은 것이랍니다. 한 번 입 밖으로 뱉어 버리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가 없답니다”

바로 ‘말’이 그렇다. 그나마 깃털은 일정한 형체라도 있어 눈에 보일지 모르나 ‘말’이라는 것은 형체가 없어 보이지도 만지지도 느낄 수도 없다. 그리고 무게마저도 없다. 그렇다고 힘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어느 것보다 무겁고 강한 힘을 갖는 것이 또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으며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 이게 ‘말’이 갖는 힘이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말’에 대한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설마 아니 누가 이 말을 들으려고” “이 말은 너와 나 둘 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얘기”라는 등 마치 무덤에 갈때까지 입을 다물것처럼 말하지만 그러한 다짐도 이익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아니, 언제든지 약속을 깰 준비를 하며 살아가는게 인간이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아무리 사소한 말이라도(특히 특정인에 대한 험담) 뱉지 않는게 서로가 마음 편한 법이다. 섣불리 뱉었다가 책임지지도 못하는 사람들 여럿 봤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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