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북한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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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북한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습니다”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3.02.0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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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북한이탈주민’ 정책, 그 민낯을 들여다본다

1월 말 현재 총 45명 거주
“모든 잘못 우리에게 돌린다”
“의회가 비빌 언덕 되주겠다”
북한이탈주민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옥천군이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정책이 지극히 형식적이라는 점에 초점이 모아졌다.
북한이탈주민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옥천군이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정책이 지극히 형식적이라는 점에 초점이 모아졌다.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 옥천군의회 3층 간담회실, 옥천군의회가 관내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옥천군의회 의회 사상 처음 실시한 자리로 간담회 시작 전부터 북한이탈주민은 물론 옥천군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간담회에는 북한이탈주민 15명과 군의회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군 관계자로부터 옥천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부분에 대해 설명이 있었다. 

군 관계자는 “옥천군은 현재 북한이탈주민들이 짓는 농사에 도움을 주고자 ‘북한이탈주민 농지임대료 지원’ 사업비로 8백만 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들의 건강과 관련해 ‘북한이탈주민 건강검진비’로 250만 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이어 “북한이탈주민이 ‘생명농업특화사업’ 부문 신청 시 최대 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중형관정을 비롯한 농산물건조기, 농산물저온저장고 등 농기계 구입에 50%를 보조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탈주민의 입주에 도움을 주고자 마을의 빈집 등을 리모델링하여 귀농인에게 거주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매월 월세로 20여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명절을 맞아 ‘명절선물 나눔 지원’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본격적인 간담회가 시작됐다. 먼저 박한범 의장이 말문을 열었다. “평소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관심은 많았으나 오늘처럼 직접 얼굴을 대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분들이 옥천에 살면서 느끼는 불편한 점과 군으로부터 지원을 받고자 하는 부분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말해 달라”고 운을 뗐다.

이에 ‘북한이탈주민옥천군협의회’ 원 모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원 회장은 “금년 1월 말 현재 옥천군 관내에는 22가구에 총 45명의 북한이탈주민과 자녀들이 살고 있다. 나의 경우 2005년 탈북, 지금은 군서면에서 깻잎 농사를 짓고 있지만 늘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2005년 이전에는 북한이탈 주민들에게 거액(?)의 정착 자금도 주고 임대아파트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게 모두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한결같이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담보가 어디 있겠나
“조례 개정해서라도 도움 주겠다”

북한이탈주민 박 모 씨도 “나 역시 군서면에서 깻잎 농사를 짓고 있다. 군에서 우리를 특별대우 해 달라는게 아니다. 남한이 고향인 사람들도 경제적인 고통을 받는 건 비슷하다고 본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담보가 필수인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무슨 담보가 있겠는가”라며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는 전기요금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는다. 깻잎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를 해야 하는 관계로 난방을 전기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깻잎이 잘 자라든 그렇지 않든 일단은 전기가 들어가게 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농지지원금’도 형평성을 가졌으면 한다. 일반농민은 최소 300만 원(500평 기준)에서 400만 원까지 지원을 해주는데 우리에게는 고작 100만 원이 전부다”고 했다.

옥천에서 19년째 살고 있다는 이 모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씨는 “나는 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두 자녀(고3 딸과 고1 아들)를 낳고 교육을 시키려니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사교육비에 늘 허덕이고 있다. 가능하다면 군에서 우리에게도 일정액의 장학금을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며 “어떤 가정은 부부 모두 북한 출신으로 옥천에서 6자녀를 두고 있다. 자식 둘을 둔 나도 힘든데 그 가정은 더 이상 말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고 했다. 

이에 박한범 의장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집행부와 상의해서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농업기술센터 담당자에게서는
도움 되는 어떠한 말도 못 들어

귀농 3년 차라는 이 모 씨는 “이곳에 오기 전 인천에서 살았다. 그러다 귀농을 결심하고 남편과 함께 옥천으로 왔다”며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침수지역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당연히 장마철에는 침수됐다. 어느 해인가 비가 많이 온 해 남편과 같이 침수된 물을 퍼내면서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코자 옥천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담당자에게서는 도움이 될만한 어떠한 말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군서면에서 7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이 모 씨도 “지금 사는 모습은 그냥 사는 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산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문제에 대해 공무원을 만나면 그들은 한결같이 나의 잘못으로 돌린다. 다시 말해 이 문제는 당신이 잘못했으니 잠자코 있어라는 식이다. 이게 어디 공무원이란 말인가. 그들은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 쉽게 결정을 내린다. 참으로 야속하다”고 했다.

이때 박한범 의장이 한마디 던졌다.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옥천군은 북한이탈주민 1명을 옥천군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불행한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선정 탈락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탈락 공문마저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숙연해져만 갔다. 대략 1시간 넘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때 아내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남편 김 모 씨는 “비닐하우스 개보수 신청에 탈락했다. (탈락당해야 할)이유를 모르겠다. 군에서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탈락됐다고만 했다”며 “축사문제로 군 관계자를 만났다. 우리 비닐하우스 앞뒤로 축사가 들어서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작물은 물론 냄새로 인해 사람도 있기 힘이 든다. 그러니 여기에 걸맞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수도 없이 말했다. 그런데 군 관계자는 나에게 ‘왜 그런 땅을 샀느냐’며 오히려 나를 나무랐다. 어떻게 공무원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나 같은 남한 사람도 이럴진대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접 말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하고자 하는 열정은 강한데 강한 만큼 실망도 크다. 작년부터는 특정 사업에 대한 탈락 공문마저도 보내지 않았다. 사업에 선정이 되든 탈락이 되든 가타부타 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분개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김 씨의 아내가 말을 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회사에 잘 다니던 남편을 꼬드겨 귀농을 했다. 그런데 막상 옥천에서 살다 보니 어느 것 하나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없다. 배려심 없는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모든 문제에 대한 덤터기는 우리에게 씌운다. 남편이 축사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며 다닐 때와 반대로 지금은 우리 비닐하우스 앞뒤로 축사가 버젓이 들어섰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지금은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남편이 이혼을 종용하고 있다. 그냥 회사 다니게 그냥 놔둘걸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남편더러 옥천으로 오자고 했는지 너무도 후회가 된다. 더욱이 근래 들어서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눈물)고 했다. 순간 간담회장 공기가 무거워졌다. 

유재목 도의원이 거들었다. 유 의원은 “북한이탈주민 여러분들의 고충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충북도의회에서도 (북한이탈주민) 관련 조례를 개정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겠다” 약속했다.

김외식 의원도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빌 수 있다. 옥천군의회가 여러분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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