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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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1)
  • 송지호 작가
  • 승인 2023.03.16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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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 밤 12시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병원 연락을 받고 아버지 혼자 병원엘 가셔서 임종 지키시고, 사망처리까지 혼자 다 하시고, 시신을 냉동고에 넣는 절차를 마지막으로 새벽 2시 반에 차가 없어서 성모병원에서 삼풍아파트까지 걸어오셨다는 말씀을 그 이튿날 듣는 순간 어머니의 죽음만큼이나 아버지의 고독하심에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 세상 어느 아버지가 당신이 그렇게 애지중지 지켜주려 했던 아내의 죽음 앞에서 그렇게 초연하실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아버지의 초연함 속에 감춰진 고단함이 안쓰러워 “어머니는 아버지 아내이기도 하지만 저희 어머니이기도 한데 아버지는 왜 혼자서만 그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시려고 하십니까?” 울면서 말했더니 “너희 어머니 사망시간이 설날 새벽 1시경이었는데 그때 너희들에게 알리면 집집마다 한밤중에 난리가 날 것 아니냐? 시집간 딸들은 각자 시댁에서 자기 몫이 있는데 설날에 온통 모든 집에서 야단법석이 날 테니 너희가 설날 차례라도 지내고 나면 오후에 알리려고 했다.” 아버지의 깊은 자식 사랑에 목이 메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아버지께서 출소하신 후 아버지의 과거 스토리에 관해 한 번도 물어본 적도, 더 알려고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보물처럼 간직하고 계셨던 몇 장 안 되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이미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멋지고 훌륭하신 분임을 확신하고 마음속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끔 친척들이 모여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면 모두 아버지께서 나오시기만 하면 누구보다 큰일을 하실 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을 들을 때면 저는 당연히 우리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니까 그러시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커서는 그때 그 시절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겪은 시대적인 아픔을 나도 겪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곁에 계시지는 않으셨지만, 우리 아버지는 마음속에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고 계셨기에 어린 시절부터 고생 속에서도 저는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해 본 적이 없었지요. 아버지 같은 훌륭한 분의 딸로 태어났기에 저도 아 버지의 1/10쯤만 닮아도 아버지 딸로서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다고 감히 감사의 말씀을 영전에서 드렸습니다.

이제 저는 아버지, 어머니가 그리울 때면 어머니께서 제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품인 블로바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들여다봅니다. 그 시계는두 분이 스위스 여행을 가셨을 때 아버지께서 손수 골라 사주신 진짜 스위스제 시계라며 집에 계실 때도 어머니께서 손목에 꼭 차고 계셨던 어머니 체취가 느껴지는 시계입니다.

존경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저희 자식들의 영원한 아버지셨고 어머니께는 못다 한 사랑의 영원한 애인이셨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중 아버지셨다고 자부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새기고 있습니다.

얘들아, 행복은 이렇게 네 가까이에 있단다

어릴 적, 들판의 클로버잎을 보면 누가 먼저 네 잎 클로버를 찾는지 내기를 하면서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꽃말이 행운인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마치 보석을 찾은 것처럼 펄쩍 뛰며 좋아했다. 이 꽃말의 행운 이야기는 나폴레옹 장군이 전쟁터에서 우연히 발견한 네 잎 클로버를 보고 신기해서 클로버를 따려고 머리를 숙였는데 그 순간 총알이 머리 위로 스치고 지나가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행복을 상징하는 세 잎 클로버는 어디서도 볼 수 있고 가질 수도 있다. 반면에 네잎 클로버는 정상적인 세 잎 클로버의 변형된 모양이기 때문에 흔치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 시절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행복의 세 잎 클로버는 아무렇지 않게 밟고 손으로 이리저리 제쳐놓고 심지어는 ‘왜 이렇게 세 잎 클로버만 있는 거야’ 하며 짜증까지 냈다.

것이 욕심 많은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 가까이 있는 널려있는 행복을 지나쳐 버리고 찾기 어려운 행운만을 찾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여기, 이곳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과연 보이지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세 잎 클로버는 우리에게 열심히 여기에 행복이 있다고 손짓하지만, 욕심으로 채워진 눈과 귀에는 보이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세 잎 클로버처럼 흔하고 평범한 존재라고 비하하 고 한탄하면서 주변에 널려있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막연한 행운을 찾아 헤매면서 불행하다고 느낀다. 서울대 행복연구소 최인철 교수는 「굿라이프」를 통해 사람들이 행복을 너무 특별하게 멀리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가족과의 편안한 시간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 음악을 듣고 마음이 평온한 순간, 좋은 책이나 예술작품,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경외심을 느끼는 이 모든 순간이 행복인데도 일상적인 것이 아닌, 더 크고 더 대단한 것이 따로 존재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여 행복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다고 오해한다고 하였다.

혜민 스님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감탄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한다. 첫눈이 오는 것을 보고, 커피가 맛있다고, 처음 만난 사람인데 같이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바위틈에 비집고 핀 작은 꽃에 감탄하는 등 찾아보면 감탄할 일이 너무 많다. 또 자신을 다독이며 “이만큼 한 것 참 대단한 것이야. 그 노력이 참 훌륭하고 나는 내가 대견해, 사랑해.” 여기에 덧붙여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도 참 대단해.” 라고 감탄하게 되면 정말 별것도 아닌 것이 별것으로 세 잎 클로버 수만큼이나 많은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내 행복일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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