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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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5)
  • 송지호 작가
  • 승인 2023.04.13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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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제가 완벽한 성격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제가 마사지를 받아보니까 끝날 때가 되면 항상 아쉬웠어요. 속으로 조금만 더 해주면 좋겠다는 그런 아쉬움 말이에요. 그래서 그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해드리면 어머님, 아버님께 더 좋으실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너의 그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한 내가 너무 미안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단다. 너의 그런 배려심이 어디서 나왔을까, 그런 예쁜 마음을 가진 며느리가 내 며느리라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단다. 너는 때때로 마사지를 해주면서 “어머님이 건강하셔야지요.”, “어머님 오래 사셔야 해요.”, “어머님이 안 계시면 저는 어떻게 해요?”라고 말을 하곤 했지. 나는 너의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로 듣지 않고 가슴으로 적셔 들었단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 며느리 같은 며느리도 아직 있구나 하고. 정성이 묻어나는 하얀 네 손마디로 내 아픈 곳곳을 야무지게, 믿지 못할 전문가 수준의 마사지도 고마운데 곁들여지는 네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내 깊숙한 가슴속마음까지 마사지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나는 너를 딸처럼 생각한다.”는 말로 가까운 고부간임을 표현하는 걸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너를 딸같은 며느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아니? 내게는 딸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며느리라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딸은 적령기에 시집보내면 그만이지만, 며느리는 적령기가 되어 시집와서 죽을 때까지 내게 생명 같은 아들의 아내로, 또 손주라는 더 귀한 이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 효원이의 에미로, 그리고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어찌 며느리인 너를 시집보낸 딸 정도로 생각한단 말이더냐? 누가 뭐래도 너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소중한 맏며느리라는 고마움을 그냥 조용히 가슴에 안고 살아가련다. 그런데 마음에 있는 것을 살갑게 표현하지 못하는 내 성격을 너도 눈치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에미야, 우리는 맘에 없는 말보다는 사랑이 담긴 마음으로 아끼면서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살아가자.

내가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나는 내 직장 일에는 그 누구보다 충실하게 살아왔지만, 우리 두 아들한테는 좋은 엄마로 살지 못했던 것이 늘 미안하고 가슴이 찡하단다. 그래서 내가 네게 부탁하는 건 단 한 가지란다. 내가 내 아들에게 못 해준 사랑까지 네가 네 남편을 사랑하며 살라고. 네 젊은 가슴 속의 뜨거움만이 아닌 네 정성이 곁들인 그런 따스함과 온정으로 사랑하고 살피고…. 그게 곧 너의 행복이고 너희 부부 사랑의 바탕이 되면 좋겠다. 그런 사랑을 보고 자란 우리 효원이는 저절로 사랑이 충만한 아름다운 여자로 성장해가리라 확신한다.그간 주고받은 너와의 대화를 다시 보니 참으로 마음이 따스해지는구나. 우린 참 그동안 많이 가까워졌음을 이 대화를 통해 새삼 느꼈단다.

「어머님, 어제 가족들이 다 모여 아버님 생신 축하드리고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니 저도 가족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행복했어요. 미흡한 부분이 많았는데 제가 차린 생신상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네 요리 솜씨가 맛도 모양도 짱이더구나. 네 남편이 네 음식 솜씨가 좋다고 칭찬할만하더구나. 앞으로 많이 기대가 된단다.」

「어머님,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늘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야말로 시부모님 복이 많아서 부모님께 늘 은혜만 입고 사는걸요. 매주 저희가 갈 때마다 맛있는 반찬 해주시고 저희 일주일간 먹을거리까지 챙겨주시니 늘 황송하지요. 평생을 한결같이 살아오신 어머님이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열심히 보고 배워서 분발하겠습니다.」

「네가 그런 마음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을 알고 겸손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란다. 작은데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통은 아닌 사람이지. 네가 그렇게 네 행복을 작은 데서부터 쌓아가기 바란다.」

「네, 어머님 말씀대로 작은 것을 소중히 하며 살게요. 아버님 말씀처럼 저희 가족이 가장 행복한 때도 지금인 것 같아요. 봄이 되면 효원이 데리고 가족나들이도 많이 해요. 벚꽃놀이도 가고 공원 나들이도 가고요. 벌써 창밖으로 봄이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아요.」

「최근 너와 많은 대화 나누며 참 내가 며느리 복이 많구나 하고 감사했다. 네 말 대로 비우는 연습을 하다 보면 채워지는 보람을 찾을 때도 있는 법이니…. 노력하다 보면 너도 모르게 더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너 자신에 보람을 느낄 날도 올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어려움과 시련은 닥치게 마련이다. 이런 어려움이 없다면 너와 내가 전보다 이렇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가 있었겠니? 너와 내가 마음을 열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위로받는 사이가 되었잖니? 앞으로 무슨 어려움도, 어떤 슬픔과 기쁨 그리고 행복도 함께 하며 살아가자.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니까.」

「어머님, 저도 이번 일로 어머니께서 저를 진심으로 자식으로 품어 주고 계시는 걸 느꼈고 어머니께 더욱 마음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힘들 때 받은 위로와 사랑, 고마움으로 다시 제 마음을 다지고 채워 오빠에게 잘해야겠다 싶어요. 저도 이번 일로 저의 부족함을 더 깨닫고 나가야 할 자세가 확고해졌어요. 이럴 때 도움을 요청할 훌륭한 부모님이 계시다는 게 저희 부부의 큰 복입니다.」

「네가 스스로 그런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현명한 며느리라서 고맙다. 그래 우리 고부간의 사랑이 세상에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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