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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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3.04.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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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에 다닐 때였다. 옆집 친구가 아침 일찍 찾아와 “너, 어제 못 들었지? 오늘은 학교 안 가도 된대.” 하는 말을 던지고 달아났다. 평소에 정직한 친구이기에 믿고 방안에서 뭉그적댔다. 

한참 후 “너 빨리 학교 안 가고 뭐 해?”라는 어머니 말씀에 “안 가도 된다는데…”하면서 나오니 “딴 애들은 벌써 학교 갔어. 빨리 가” 하신다. 

얼결에 가방을 들고 학교로 뛰었다. 수업은 두 시간이 끝난 후였고 교실에 들어가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귀갓길에 그 친구에게 따졌더니 “야! 오늘이 만우절이야. 거짓말하는 날인 거 몰라?”하고 되레 큰소리를 친다. 3월 달력을 넘기고 4월 달력을 보면 늘 그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만우절이라는 외래의 풍습이 우리 생활에 파고들어 때에 따라서는 큰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가끔은 만우절에 화재 허위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한단다.

민들의 의식이 높아져 줄고는 있지만 인력과 예산의 낭비가 큰 것은 물론 그로 인해 진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를 출동이 늦는다고 생각한다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더구나 지난겨울부터 계속된 건조기후에 따른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요즘 모두가 주의해야 할 일이다. 경찰은 112에 장난 전화를 하면 한 건이라도 강력히 처벌한다고 한다.

그래도 만우절은 그나마 씁쓰레한 웃음이라고 웃을 수 있지만 정작 웃지 못할, 아니 화가 나는 거짓말들을 많이 본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배운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살아가면서 교훈을 준다. 과연 내 언행은 어떨까? 주변 사람들은 나를 믿어주고 사는가? 뉴스를 보면서 다시금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어떤 일이든 본인이 가장 잘 알 터인데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 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의 공통점은 “나는 결백하다, 나는 00 한 적이 없다”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판결받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것을 종종 본다. 더군다나 가짜 뉴스가 진짜처럼 판을 치기도 하는 현실에 도대체 믿을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희망찬 봄소식에 꽃샘추위처럼 마음을 상하게 하는 가짜 뉴스를 보면서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한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라는 Calvin Miller의 말을 생각해 본다.

지난 2월 울산의 모 아파트 싱크대에서 나온 2,400만 원의 현금을 찾아 준 이야기, 태백시에서 환경미화원들이 폐기물 수거 과정에서 발견한 현금 515만 원의 주인을 찾아 준 선행 등은 훈훈한 감동을 준다. 그래서 가짜 뉴스가 판을 쳐도 우리 사회는 밝고 희망이 있다.

SNS의 발달로 기승을 부리는 것이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voice phishing)가 서민들을 울린다. 관련 전문성이 없는 서민들은 그저 당하기만 한다. 

필자도 ‘골프채 00만 원 결재 아래 주소로 접속하여 확인 바람’이라는 문자를 몇 번 받았다. 골프도 칠 줄 모르고 사지도 않았기에 그냥 무시했지만 뭔가 찝찝하다. 거래하는 은행에서 전화가 와도 답변하기가 꺼려진다. 

2015년 7월 21일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에 ‘정직’이라는 덕목도 들어가 있다. 법으로 규정하기 이전에 ‘정직’은 우리 삶을 지켜가는 중요한 항목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대학의 모든 교육과정 속에 스며있는 것이 정직이다. 거짓을 몰아내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 기둥을 세웠던 이 4월이 더는 거짓으로 얼룩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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