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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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172)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3.04.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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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꽃

신라 제41대 헌덕왕의 아들로 태어나 15세에 출가한 심지 스님이 대구 팔공산에서 수도하고 있을 때였다. 심지 스님은 점찰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길상사(법주사)로 향했다. 법회가 7일째 계속되던 날 많은 눈이 내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지 스님이 서 있는 사방 10척가량은 눈이 내리지 않았다. 법회가 끝나고 다시 팔공산으로 돌아가던 심지 스님은 양쪽 옷소매에 2개의 간자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땅을 가려서 간자를 모시려 한다. 이는 나 혼자 정할 일이 아니니 그대들과 함께 높은 곳에 올라가 간자를 던져 자리를 점치도록 하자’ 던져진 간자는 숲속 샘(동화사 참당 뒤 우물)에서 찾았다. 샘 주위에는 때아닌 오동나무꽃이 눈 속에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심지 스님은 그곳에 절을 세워 간자를 모시고는 절 이름을 동화사라 명했다. 오동꽃은 연한 자주색이며 커다란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작은 꽃줄기와 더불어 갈색 털이 밀생한다. 화관은 깔때기 비슷한 통 모양이고 ‘고상하다’가 꽃말이다.

라일락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숲의 신 Pan은 Syringa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녀를 따라 숲속으로 쫓아갔다. Pan의 애정을 두려워한 Syringa는 라일락꽃으로 변신해, 그에게로부터 탈출하는 데 성공함으로 생겨난 꽃이다. 라일락꽃은 매년 4~5월에 걸쳐 개화하며 대롱 모양으로 피는 타원형의 꽃잎이 네 갈래로 갈라지고 연한 보라색을 띠고 꽃봉오리가 한 줄기에 여러 무더기로 피어나 큰 무리를 이룬 모양이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는 뭉뚱그려 수수꽃다리라 부르는데, 라일락은 유럽 남동부의 발칸반도 등지가 원산지이다. 그래서 서양수수꽃다리라 부른다. 털개회나무를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한 것을 역수입해 온 미스김 라일락 품종이 가장 인기가 있는데, 벚꽃과 개화 시기가 비슷하고 꽃이 아름다우며 향이 좋아서 벚꽃나무와 함께 관상수로 심는다. 꽃말은 ‘첫사랑의 맛’이다.

수사해당

장미과 쌍떡잎식물로 중국 명을 차용한 이름으로 ‘꽃해당’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해당화는 꽃 사과의 일종을 가리키며,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당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수사해당의 키 높이는 3~5m이며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오래되면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끝에서 모여 달리는 것처럼 보이며, 달걀모양의 긴 타원형이다. 끝은 뾰족하고 밑 부분은 둥글거나 넓은 쐐기형이며, 가장자리에 치아 모양의 잔 톱니가 있다. 앞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녹색이다. 꽃은 4~5월에 피고 도홍색이며 짧은 가지 끝에 3~7개가 산형꽃차례로 달려서 아래로 처진다. 꽃은 지름 4~5cm로 반 정도 벌어지고 만첩인 것도 있다. 꽃받침통은 깔때기 모양으로 밑 부분이 부풀고 위쪽은 5개로 갈라지며 안쪽에 솜털이 있다. ‘산뜻한 미소’가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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