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77)
상태바
뜰 안의 야생화(177)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3.06.01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붓순나무꽃

짐승들이 이 나무 꽃을 싫어하는 데는 전설이 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백지’라는 성을 가진 무사가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 파견근무를 하면서 한 여인과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임기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자 백지는 부인에게 이야기하고 다시 데리러 올 것을 약속하고 떠났다. 서울에서 백지만 기다리고 있던 여인은 흰 개 한 마리만 데리고 백지를 찾아 나섰는데, 마침 백지도 그 여인을 데리러 떠나 길이 엇갈렸다. 여인이 백지의 집에 도착하자 백지의 본처는 투기를 이기지 못하고 여인을 벼랑에서 떨어뜨려 죽인 다음 아무도 모르게 암매장을 해 버렸다. 집에 돌아온 백지는 여인이 데리고 온 개의 인도로 그녀가 묻힌 곳을 찾아냈고 이를 슬퍼하며 묘를 만들고 붓순나무 가지를 꽂아 극락왕생을 빌며 자신의 집을 헐고 절을 짓고 승려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억울하게 죽은 원혼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무덤가에 심어 놓은 붓순나무에 닿기만 하면 짐승이건 사람이건 자꾸 죽어서 승려들은 원혼을 달래며 살생을 막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동물들이, 이 나무를 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편단심’이 꽃말이다.

엘레지 

경기도 가평군에는 ‘연인산’이 있다. 이 산에 올라 소망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길수라는 청년은 이 산에서 화전을 일구고 숯을 구워 팔면서 생활하였다. 그런데 이 청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김 참판댁 종으로 있는 소정 아가씨였다. 그녀는 흉년을 넘기기 위해 쌀을 꾸어다 먹는 게 화근이 되어 참판 댁에서 종처럼 일하는 신세가 되었다. 청년이 이 집에 땔감 숯을 배달하면서 소정 아가씨를 만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해, 결혼하기로 마음먹고 참판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참판은 조 100가마를 내고, 이 고장을 떠나 살면 허락하겠다고 하자, 길수는 약조하였다. 연인산 정상아래 넓은 땅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 밭을 일궈 땅을 만들고 뿌린 씨앗이 자라 이삭이 여물어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김 참판은 길수를 역적의 자식이라고 모함하였고, 소정은 이미 삶의 희망을 잃고 남은 생을 포기한 뒤였다. 길수가 소정 아가씨를 안고 불붙은 조밭 숲속에 뛰어 들었는데, 길수 신발 옆에는 철쭉나무, 소정 아가씨 신발에는 얼레지가 살아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꽃이 아름다운 엘레지의 꽃말 ‘바람난 여인’은 고대 그리스어 엘레게이아(elege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자니아

이 꽃의 이름은 그리스 고전서적을 라틴어로 번역한 사람의 이름 ‘가자’에서 유래 하였다. 영문으로는 보물 같은 꽃이다. 아프리카 야생화인데, 유럽인들에 의해 품종이 개량되어 종류가 많아 졌다. 오렌지색 바탕에 황색복륜꽃잎을 가진 모양이 훈장을 연상시킨다 하여 훈장국화라 불리며, 화려하고 매우 아름다운 꽃이다. 우리나라엔 10여 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수줍음’이 꽃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