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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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3.06.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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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상조(肝膽相照)

갈수록 이기주의가 횡행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 심지어 사람 목숨쯤은 언제든지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 또한 작금의 실태다.

하지만 아무리 이기주의가 횡행하고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만도 못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사람이라는 탈을 쓰고 태어났으면 최소한의 인륜과 의리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모습만 사람이지 실상은 짐승만도 못한 동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과거와 달리 요즘 세상에서 의리 운운하고 도덕성 운운해봐야 오히려 그런 사람만 이상한 사람 취급받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각박함을 넘어 살벌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때는 당나라, 문인 한유(韓愈)는 우정을 중시한 사람으로 그의 곁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중에서도 유종원은 유달리 가까운 친구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종원이 당시 수구파의 싸움에 밀려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좌천되는 불행을 겪게 되었다. 동시에 그의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유우석 역시 파주(播州)의 자사로 좌천되고 말았다.

이때 유종원은 유우석의 좌천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파주는 깊숙한 두메산골로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된다. 더욱이 늙으신 노모와 함께 간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차라리 내가 대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유종원은 즉시 황제에게 상소를 올렸고 다행히 유우석은 파주보다는 환경이 좀 더 나은 연주로 가게 되었다.

훗날 한유는 유종원을 위해 쓴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이라는 글에서 유종원의 깊은 우정을 되새기며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비로소 참다운 의리를 알 수 있다. 평상시 아무 일도 없을 때는 서로 그리워하고 즐거워하며 연회 석상에 놀러 다니며 서로 사양하고 마치 쓸개나 간도 꺼내 보일 것처럼 한다. 심지어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죽어도 배반하지 않겠다고 맹세도 한다. 그러나 일단 머리털 한 가닥만큼의 이해관계라도 생기면 거들떠보기는 커녕 함정에 빠져도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더 깊이 차 넣고 돌을 던진다. 이런 행위는 무지한 짐승도 차마 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스스로 뜻을 얻었다고 자부한다”

사람이란 누구나 잘 나갈 때가 있으면 못 나갈 때가 때는 법이다.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사이클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자신이 지금 잘 나가고 있으니까 죽을 때까지 잘 나갈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주위 사람들을 대할 때 안하무인을 넘어 업신여길 때가 많다.

더욱이 과거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오히려 칼을 겨누며 언제 너와 내가 아는 사이였느나며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기를 서슴지 않는다. 아니, 생면부지의 사람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공격을 하고 음해를 가한다.

하지만, 여름철 푸르른 낙엽도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하나둘 낙엽을 떨어뜨리며 수명을 다하게 되어 있다. 그게 바로 자연의 순리요 순환계의 사이클이다. 

지금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옥천이라는 작은 농촌 도시도 이러한 패륜아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도무지 그들에게 의리나 인륜이라는 단어는 찾아보러야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막무가내이며 살벌한 세상이 되었는지 참으로 슬플 따름이다. 오로지 그들의 인생 목표는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매우 소아병적이고 반사회적인 사고방식만이 지배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이란 평생을 안전한 길로만 다닐 수는 없다. 오늘 거친 들판을 걸었다면 내일은 반드시 평탄한 길을 걷는 게 인생이다. 오늘 약자의 상황에 부닥쳤다면 내일은 강자의 입장에 서는게 사람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들이 불사조인양 약자 대하기를 사자가 토끼 대하듯 한다면 이는 머지않은 장래에 자신이 토끼 신세가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는 걸까.

우스갯소리로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잘 봐달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상대방은 분명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사자와 같은 상태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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