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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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04)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6.2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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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구나. 특히 자식 일은 부모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데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는 너의 탁월한 식견과 지식이 대학사회에서 크게 쓰이기를 바랐는데…. 네가 학위논문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단다. 교수 한 명이 한 학생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너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더 좋은 일이 있겠지? 하고 엄마 마음을 다스릴 수밖에 없었다.

네가 NYU에 다닐 때 가끔 만나서 식사도 하던 형으로부터 어느 날 전화가 왔다. 그 형이 경훈이 요즘 뭐하냐, 교수할 계획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엄마는 네가 박사과정을 수료로 끝냈으니 교수 계획은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너를 잘 아는 형이라 이렇게 말하더구나. “경훈이는 교수 스타일로, 공부로 성공할 사람 아닌가요?” “글쎄, 세상일이 생각한 대로 안 될 때도 있네.”

“그럼 경훈이가 뉴욕에 와서 직장을 다니든지 사업을 할 생각은 없을까요?”

그 말이 너의 운명을 바꿔놓는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니? 너는 그 제안에 ‘예스’했고 그렇게 미 대사관에서 발급이 까다로운 E2 비자를 비교적 쉽게 받아 생각지도 않았던 사업을 뉴욕에서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네가 그곳에 간 지 2년이 되었구나.

경훈아. 엄마는 네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똑같다. 지금 하는 사업을 해도 좋고 또 네가 좋아하는 공부를 미국에서 다시 해도 좋다.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엄마 또한 네 행복만큼이나 엄마도 행복할 테니까. 지금도 너는 엄마의 영원한 사랑하는 막내다. 

그러나 앞으로 네가 살아야 할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고, 그 무엇 하나 네가 생각한 대로 녹녹하지 않을 것이다. 

때론 네 생각과 다르고, 너와 맞지 않는다 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함을 때때로 절감하게 될 거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부모 탓, 사회 탓, 정부 탓, 세상 탓을 하며 스스로 피해자로 갇혀 살기보다는 네가 사는 세상을 위해 미약하나마 네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거라. 

네가 앞으로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갖가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호기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였음을 잊지 말아라. 엄마는 힘들고 어려울 때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때, 스승처럼 떠올리며 나를 격려해 온 글귀가 있다.

They can who think they can.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이 글귀는 내가 고등학교 때 영어 회화를 잠시 가르쳐준 Mr. W. A. Friend가 미국으로 돌아가서 내게 보내준 편지에 쓰여있던 말이다. 엄마는 이 글귀를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아왔다. 성공은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태도에서 오고, 실패는 할 수 없다는 생각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태도와 의지는 지능보다 중요하고 노력보다 우선한다. 미국에 가서 많은 고난 끝에 성공했던 어떤 여성 사업가의 말도 나는 잊을 수 없는 교훈으로 남아있다.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얼마나 옳고, 당연하고, 쉬운 한마디인가?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굳세고 절절한 의지가 담긴 외침의 한마디인지.

경훈아! 너는 착실한 크리스천이니 언제나 범사에 감사하는 태도로 살아라. 감사하는 마음은 세상을 품고 상대를 따뜻하게 녹이는 인성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후에 반드시 상대를 원망하고 모든 것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리는 상황을 만들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태생이 착하고 성실하고 어릴 적부터 효심이 남다른 네가 마음 여리고 세태에 물들지 않은 장점이 때로는 앞으로의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너에게 아픔이 될까봐 엄마로서는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엄마도 오랫동안 엄마와 맞지 않는 간호학을 선택하고 또 그 길로 인생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의문을 가졌단다. ‘하나님은 왜 나를 이 길로 가라 하시는가?’ 그러나 엄마가 이화여대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나서 ‘Spiritual nursing care’(영적 간호) 시간에 교재 한 권을 읽으면서 눈에 번쩍 띄는 구절을 발견했다.

‘God has a plan for me’

마치 나 읽으라는 듯한 이 글귀에 가슴이 멎는 듯했다. ‘아!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느님은 나를 위한 계획이 있으셨구나. 그래서 내가 바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이 나를 덮쳤다. 그래서 엄마는 그 이후로 비록 간호가 엄마 적성에 맞지 않아도 이것은 하느님이 내게 주신 길이라고 생각하고 간호의 길을 사명처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왔단다.

경훈아. 너도 마찬가지이다. 너의 그 명석한 두뇌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박학다식함. 돌 때부터 읽기 시작한 수백, 수천 권의 수많은 지식이 쌓여있는 네 머릿속의 보고를 생각하면 엄마는 네 지식이 좀 더 크게 사회를 위해 쓰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엄마처럼 그게 네 길이 아니었고, 하나님이 너를 위한 계획은 따로 가지고 계셨나 보다. 너도 엄마도 전혀 생각지 못한 사업의 길을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엄마가 네게 바랐던 것은 한낱 엄마로서의 희망, 인간적인 바람에 불과했을 뿐, 하나님의 큰 뜻을 평범한 인간인 엄마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겠니? 뉴욕대학교에서 공부한 네가 뉴욕에서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다 계획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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