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사며 서럽게 핀 망초꽃
상태바
미움 사며 서럽게 핀 망초꽃
  • 김용환 기자
  • 승인 2023.06.29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어딜 가나 망초꽃이 피어있다. 묵정밭에 주인 노릇을 하는 망초는 계란을 닮은 꽃으로 꽃말이 화해다. 들녘 여느 곳에나 가녀린 몸에 앙증맞은 자태로 반겨주는 꽃이며, 밭두렁 따라 피기도 하고 버려진 빈집 마당에도 아기자기하게 작고 새하얀 얼굴로 한가득 피어나는 꽃이다. 개망초꽃 향기는 아련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어김없이 아파트 화단에도 아스팔트 옆 틈바구니에도 어김없이 돋아나 순한 연둣빛으로 소식을 알린다. 이런 귀여운 꽃을 개망초라니 참으로 짓궂다. 우리나라에 맨 처음 철도를 부설할 때 북아메리카의 침목에 묻어온 꽃이란다. 철로를 따라 흰 꽃이 줄줄이 피어나자, 일본인들이 시샘해서 이제 조선이 망할 징조라고 주술적 의미를 부여해서 조선이 망조가 들었다고 붙인 이름이 망초다. 이마저도 성에 안 찼는지 접두사 ‘개’를 붙여 개망초가 되었다는 억울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이다. 나는 요즘 언덕배기에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망초 군락을 보며 시름을 달래주었던 꽃으로. 개망초가 금계국과 함께, 들꽃에 핀 어느 꽃 못지않게 예쁘다. 망초꽃은 하나하나 외톨로 서 있으면 볼품이 없지만,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 마음마저 편안해지는 꽃이다. 여름에 피는 들꽃 망초에 '화해'라는 꽃말이 있다. 저절로 싹이 터 여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이름하여 망초꽃. 특히 묵힌 밭이면 망초는 제 세상을 만난 듯 점령해 버린다.​ 작물이 심어져야 할 자리에 망초가 꽃밭을 이루다니! 좀 씁쓸한 생각이 든다.  난 요즘 망초꽃을 보며 내 심장에, 뇌에  망초꽃이 늘어나고 묵정밭이 생겼습니다. 세상 이치 하나라도 마음에 심어두고 뇌로 생각하며 생활할 때가 엊그제인데 난 이제 묵정밭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망초꽃보다 못하느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