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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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3.06.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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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부리다 덜미 잡힌 옥천군

옥천군의회가 모처럼 가뭄에 소낙비와도 같은 결정을 해 군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다름 아닌 ‘옥천군공공급식센터’(이하 센터)운영과 관련한 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이 그것이다.

군은 지난 20일 오후 5시 센터 운영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말이 좋아 회의지 사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였다는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총 16명의 위원 가운데 단 9명만이 회의에 참석, 자신들이 계획했던대로 ‘민간위탁’ 가결을 시키는데 성공(?)했다. 마치 부결할 가능성이 있는 위원들은 회의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회의 시간을 정해 놓고 가결에 손을 들 사람들만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번갯불에 콩 구우듯 서둘러 회의를 진행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참 일할 시간인 오후 5시에.

하지만 세상 일이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는 법. 먼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옥천군의회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해할 수 없는 회의 진행으로 군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며 회의를 다시 열어 좀 더 많은 의견을 들음은 물론 센터 운영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설마 아니, 늘 부딪히는 얼굴들인데 집행부에서 결정한 사안을 감히(?) 의회가 테클을 걸겠는가 하는 순박한 생각에 여지없이 쐐기를 박아버린 것이다. 

의회는 또 50% 조금 넘는 위원 참석도 문제지만 회의 시간 역시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무리 급한 회의라도 최소 하루나 이틀 전에는 연락을 취해 가능한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게 상식인데 이번 회의는 그러한 상식조차 깔아 뭉개 결국은 집행부 소수만이 찬성하는 쪽으로 밀어 부쳤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더욱이 센터 운영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좀 더 치밀하고 꼼꼼이 들여다 본 후 결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급해 그 같은 경거망동을 했는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옥천군은 이번 회의에서 ‘꼼수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고도 했다.

그러자 군민들도 불만을 토해 냈다. 센터 운영은 분명 김재종 전 군수가 민간위탁이 아닌 ‘군 직영’으로 하기로 해 2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들여 지은 건물인데 지금 와서 뜬금없이 ‘민간위탁’으로 가닥을 잡는다는건 군민 무시는 물론 필시 군과 업체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고서는 그럴 수가 없다는 물음표를 던졌다.

옥천군 관내 모든 공공급식을 책임지고 공급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센터. 그동안 센터와 관련한 군민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매년 수 억 원이 넘는 피와 같은 혈세를 지원해 운영되고 있는 센터가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기 보다는 끝없는 잡음 발생으로 군민들의 원성을 사느니 차라리 옥천군이 직접 운영을 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게 맞다고 결정한 사안이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번 옥천군의 ‘번개회의’에 대해 옥천군의회가 제동을 건데 대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모처럼 ‘군민의 마음에 드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옥천군의회는 그동안 군민들과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어쩌면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처럼 느껴지는 기관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기왕 군민들의 뜻에 부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남은 3년 임기도 지금처럼 군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기대해 본다. 본시 의회 존재 가치는 집행부를 상대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 보다 진일보된 행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힘을 실어 주는데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동안 의회는 늘 집행부 편에 서서 그들이 하는대로 따라하거나 오히려 거수기 노릇으로 군민들의 의견에 상반되는 듯한 행태들을 취해 왔다. 그러다보니 자연 군민들과 의회는 한 통 속에 들어있는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로만 자리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는 과거다. 지금부터라도 군민들의 품 속으로 들어와 군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목말라 하는가를 좀 더 촘촘이 들여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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