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자멸하는 원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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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자멸하는 원인(2)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3.07.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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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자멸하는 네 번째 이유는 ‘본거지를 비우기’ 때문이다. 본거지란 군주에게는 나라가,  경영자에게는 기업이 될 것이다. 군주가 나라를 비우고 아랫 사람들에게 업무를 맡긴 채 잦은 해외출장을 나간다거나 기업주가 회사를 비우고 잦은 국내외 출장을 나간다면 조직 내 기강은 물론 보이지 않는 틈이 갈라지게 되어 있다. 지도자가 없는 틈을 타 아랫 사람들은 자연 힘겨루기를 할 것이며 급기야 조직 내 균열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기업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한 다각경영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본거지가 흔들리지 않는 경영 상태에서 다각경영을 의미하는 것이지 본거지가 흔들릴 정도의 상태에서 다각경영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가져오게 된다. 지도자가 본거지를 소홀히 하고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지도자가 자멸하는 다섯 번째 이유는 ‘충신의 의견을 듣지 않’는데 있다. 충신의 의견을 받아 들이지 않고 지도자 자신의 잘못된 생각만 고집한다면 지난 세월 쌓아 온 모든 명성과 부를 잃음은 물론 세상으로부터 조롱거리 밖에는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한 부하의 의견에 시시콜콜 귀를 기울이라는 것은 아니다.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경우에 한해 걸러 들으라는 얘기다. 지도자는 귀담아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의견을 말하는 부하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항우는 많은 인재를 등용했으나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결국 자멸의 길을 걸었다. 반대로 유방은 자기보다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결국 천하를 얻었다. 지도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겨우 용기를 내어 의견을 말했으나 묵살된다면 어느 누가 조언(충언)을 하려 들겠는가. 그래서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라 했다. 지도자는 가능하다면 귀에 거슬리는 말을 많이 들을 필요가 있다. 예로부터 간신들은 임금의 귀에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했다. 그 결과 그 나라(조직)는 인접 국가의 침공에 의해 망하거나 인근 지역에 흡수되는 불행을 겪어야만 했다.

지도자가 자멸하는 여섯 번째의 원인은 ‘다른 사람의 힘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한비자에서는 “자국의 힘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나라의 힘에만 의존하면 멸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가 적고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 없는 소도시 지역의 경우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도자는 늘 자신의 지역보다 더 큰 규모의 지역이나 중앙정부에 대해 구걸을 쉬지 않는다. 하지만 도움을 주는 당사자는 도움을 받는 조직(지자체 등)을 은근히 업신여기고 그들의 손아귀 안에 넣고 쥐락펴락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그러한 굴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직 자체적으로 생존에 관한 노력과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잠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지도자가 자멸하는 마지막 원인은 ‘힘도 없으면서 예의조차 없’기 때문이다. 힘이 없으면 예의라도 있어야 하는데 마치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분수도 모르고 자신보다 더 큰 조직 앞에서 거들먹거리고 건방을 떤다면 어느 누가 도움의 손길을 펴려 하겠는가. 외부로부터의 도움을 받지 않는 상태가 되기까지는 비록 자존심이 상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리는 것도 힘을 기르는 방편 가운데 하나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요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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