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상태바
비닐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3.08.17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학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한 번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요즘 시대를 무어라고 부르면 좋겠나?”하고 질문을 한다. 얼떨결에 “글세 뭐, IT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하고 답했더니 “에이 친구, 역사 공부 덜했네. 요즘은 비닐기시대야”하는 것이었다. “비닐기시대?”, “응, 왜 옛날 역시시간에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 시대, 그렇게 배웠잖아? 그러니 요즘은 비닐기시대야”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비닐기시대? 눈 뜨면 비닐 제품과 마주하고, 그러고 보니 24시간 비닐과 떨어짐이 없는 삶의 연속이다. 비닐에는 염화 비닐 수지, 아세트산 비닐 수지, 폴리비닐 알코올계 수지 따위가 있다. 

값싸고 어느 형태든 쉽게 만들고 그래서 우리는 비닐의 고마움과 장점을 잊고 그저 막 쓰고 막 버리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된 듯하다. 수거하여 재활용하기보다는 화학 공업의 발달로 쉽게 만들어지는 비닐이기에 그 문제점과 파생되는 여러 난제를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간에 학교와 환경단체에서 폐비닐류의 피해에 대해 교육이나 계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토양 오염, 분해되기까지의 긴 세월, 환경 호르몬 배출 등,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너무 흔한 물건이기에 물 쓰듯-비닐을 사용해 온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고 반성할 일이다.

환경부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take-out이 아닌 경우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단속하고 있다. 과태료는 면적이나 이용 인원 적발 횟수에 따라 5 만원-200 만원이라고 한다. 이에 업주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번 몸에 밴 버릇은 고치기 쉽지 않다. 당연히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환경 보전에 좋은 줄 알면서도 몸에 밴 습관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전에도 여러 번 규제하고 단속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take-out식의 판매로 골목길이나 버스 정류소, 산의 계곡과 유원지, 행사장 등에는 늘 비닐 컵이나 종이 컵이 나뒹군다. 쓰레기 종량제로 쓰레기 통이 길거리나 공원에 없어지면서 눈치 껏 버리는 행태도 늘어났다. 1회용 음료수 비닐 컵을 휙 집어 던지는 젊은이들을 보면 말하기도, 눈 마주치기도 겁이 난다. ‘네가 뭔데 시비야’하는 투다.

바다거북의 코에 비닐 빨대가 꽃혀 있는 모습, 비닐 끈에 온몸이 감겨있는 물고기, 뱃속에 비닐 봉지가 가득찬 물고기 등의 사진을 뉴스에서 볼 때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올 여름 폭염의 원인 중 하나가 이산화탄소라고 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녹지의 훼손과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결과라고 한다. 혹, 언젠가는 비닐에 의한 화를 당하지는 않을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선결될 문제는 우리 모두의 비닐에 대한 사용 방법의 개선, 철저한 분리 수거, 그리고 아무데나 생각없이 버리는 몰지각한 행동을 고치는 생활화이다. 무더위를 이기고, 늦장마 폭우를 견디고 맞이하는 상쾌한 가을, 즐거운 추석이 되도록 다시 한 번 폐 비닐류 쓰레기 처리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가졌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