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372년에 태어나 BC 289년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 맹자. 그는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해 순자의 성악설(性惡說)과 대립을 이루기도 했다.
그런 그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즐거움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했다.
“첫째는 부모가 생존해 계시고 형제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일이며, 둘째는 하늘을 우러러 보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으며 동시에 세상 사람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셋째로는 자기 주위에 훌륭한 벗들이 많아야 한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무에 부러울 것이 있겠는가”라고 설파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300여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 한 말 치고는 너무도 설득력이 강하고 현실적이다. 짐짓 2,300여 년을 내다보고 한 말처럼 다가온다. 여전히 유효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어찌보면 맹자가 살았던 그때나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오늘날이나 사람살이에는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먼저,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일. 인간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오늘날, 상당수 가정에는 부모님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고 안 모시고를 떠나)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정해준 것인지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 부분은 그런대로 맹자의 말이 맞아 들어간다. 그런데 바로 뒤에 나오는 ‘형제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일’에 들어서면 문제는 달라진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정치고 형제 간 우애가 돈독하다는 집안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희미하다.(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이는 우리 선조들도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형제 간 화목이라는 단어는 천연기념물 정도로 여겨지고 말았다. 도무지 형제간에 화목은커녕 서로가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 그러한 이유의 기저에는 ‘돈’이 원인이다. 1년에 고작 한두번 만나는 명절에도 어김없이 돈이야기로 싸움이 나고 심한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부모가 남겨준 재산이 있다면 그야말로 인정사정없이 뜯어 내려고 혈안이 된다. 이 정도면 남보다 못한 상황이 돼버린다.
두 번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것. 어쩌면 이 말처럼 힘들고 불가능한 게 있을까. 그러한 이유로는 작금의 시대가 부끄럽지 않은 삶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정직하고 바른 길을 가려 해도 자꾸만 사회는 옆길로 새라고 유혹을 한다. 나는 성실함과 근면을 바탕으로 살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자꾸만 그렇게 살면 진급을 못하고 돈도 못버니 될 수 있는 한 부끄럽게 살아라고 주문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상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는 생각은 마치 숲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억지가 되고 만다.
마지막 세 번째 ‘자기 주위에 훌륭한 벗들이 많음’이다. 글쎄다.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이 판을 치는 오늘날, 자신의 주위에 휼륭한 벗들을 많이 둔 사람들이 과연 있기나 할까 의문이다. 옛 말에도 ‘진정한 친구 셋만 있으면 천하에 두려울게 없다’고는 했지만 이 말도 현대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 듯 하다. 셋은커녕 단 한사람의 진정한 친구 두기도 힘들다. 오늘은 마치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말을 하다가도 막상 내일 이익이 발생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친구를 배신하고 이용하기까지 한다. 그래놓고도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아니 당한 친구가 바보라고까지 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피땀 흘려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식들을 가르치며 출세를 하려고 한다. 그게 곧 ‘행복’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자가 말한 위 세 가지는 어쩌면 교과서에나 나오는 내용이지 현실은 정반대라는 사실에 일면 슬픔마저 인다. 그렇다고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높은 학식과 지위에 올라도 그게 행복으로 이어지지가 쉽지 않다. 돈이 많고 높은 지위에 오르면 오를수록 맹자가 말한 세 가지 즐거움과는 점점 더 거리만 멀어질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맹자가 말한 세 가지 즐거움 가운데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