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중력의 영향 아래서 산다는 것
상태바
지구중력의 영향 아래서 산다는 것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08.24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구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거나 우주궤도를 순회하고 지구로 귀한하는 우주인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신체상의 변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여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초기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할 때 겪는 가장 큰 문제는 현저하게 근육이 손실되고, 뼈의 밀도가 감소하는 현상이었다. 연구들은 불과 5~11일 간의 우주여행을 한 후에 지구로 돌아올 때 약 20%까지 근육의 손실이 일어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또 근력도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무중력 상태에서 일정 기간 체류할 경우, 단순히 근육량만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근육에 분포된 모세혈관이 감소하고, 근육세포 내에서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감소하는 현상이 수반된다. 그뿐만 아니라 혈당을 처리하는 능력이 감퇴하는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하는 등 대사적인 능력의 감퇴도 함께 일어난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지구에 귀환하면 바로 근력을 회복하고, 근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재활운동에 돌입한다. 그런데 지구에 귀환하기 위해 지구궤도에 진입할 때 이미 근력이 감퇴한 상태가 되므로,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우주선내 머무르는 동안이라도 근력이나 심폐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을 하도록 특수한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중력이 제거된 상황에서는 근육이 현저히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땅에서처럼 근육이 신체를 세우거나 이동하는데 따르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중력에 저항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근육은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 중력이 제거된 상황과 가장 유사한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바로 침대에 누워있는 경우이다. 중력이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침상생활을 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이 역시 미항공우주국이 가장 많은 연구를 수행해 왔는데, 이 연구들은 젊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1~2주간의 비교적 짧은 기간의 침상생활을 하는 동안 현저한 근육의 위축과 근신경기능의 감퇴가 나타난다. 

인체가 중력에 대항하여 몸을 움직이는 동안 근육까지 신경자극이 전달되고, 그로 인해 근섬유가 수축하는 기본구조인 근절에 힘이 걸리게 된다. 이는 영양소에 대한 근섬유막의 투과성을 변화시키고, 여러 가지 동화작용을 하는 호르몬에 대한 세포막 수용체의 민감도를 증가시킨다. 이는 근섬유 내에서 단백질의 합성을 증가시켜서 근육량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러나 무릎 등을 다쳐서 석고고정을 하여 움직이지 못할 때 근육으로의 신경자극은 더 이상 전달되지 않고, 근육은 더 이상 중력에 대항하여 움직이지 않으므로 점차 근단백질의 합성보다는 분해작용이 더 활발해져서 근육의 단면적이 감소하게 된다.

 이처럼 근육을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 근육이 위축되는 현상을 불사용 위축이라고 한다. 석고고정과 같이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관절을 움직이지 못할 경우에는 불사용위축을 방지하기 위해서 관절의 각도를 변화시키지 않고 행할 수 있는 등척성 운동을 매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몸을 이동하는데 따르는 가장 큰 이득은 근육이 중력에 저항하여 일을 한다는 점이다. 근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면 걷는 것만으로도 근육량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 무리가 없다면 중력에 대항하여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할수록 신체가 얻는 이득은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