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와 푼수
상태바
분수와 푼수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3.08.31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47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유교의 시조 공자. 그는 고대 중국 춘추시대 정치가이자 사상가였으며 교육자이자 시인이기도 했다. 

그런 공자가 남긴 어록들은 그의 사망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진한 값어치를 발휘하고 있다.

공자는 생전에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어차피 사람이라는 사회적 동물은 세상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지배를 받고 지배를 당한다는 점에서 모든 일에 사람이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는 ‘군자’에 대해 많은 강조를 했다. 공자가 생각하는 군자란 ‘언제나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알맞게 행동하며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자신이 부귀(富貴)한 존재면 부와 귀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하고 자신이 빈천(貧賤)한 존재라 판단하면 빈과 천에 맞게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압축하면 자신 스스로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이러한 공자의 말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부귀한 자든 빈천한 자든 이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인식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늘 말썽의 원인이 되고 심한 경우 서로가 넘어서는 안되는 강을 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령, 특정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늘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유념하고 조직원들에게 본이 되는 언행을 하는게 맞다. 그런데 일부 자격이 안되는 사람의 경우 시시콜콜 아랫 사람들이 하는 일에 간섭을 하고 알려고 든다. 심한 경우 아랫 사람들이 하는 일에 대해 모르고 있으면 불안해서 안달이 나기도 한다. 더욱이 자신이 대표의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아랫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도 모자라 툭하면 욕설이나 퍼붓는다면 어느 누가 그러한 사람을 대표라고 인정해 주겠는가. 그런 사람은 한시라도 빨리 조직은 물론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대표는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겠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그러한 위치에 있다는게 불안한 나머지 혹시 아랫 사람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는 않겠는가 하는 의심에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럴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만큼 대표라는 자리를 맡을만한 전문지식도 경험도 자격도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조직이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조직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면 그건 ‘기적’에 다름없다.

그런가하면 아랫 사람에게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분명 자신은 대표의 지휘를 받아 일을 처리하면서도 대표의 일에 관심이 많다. 누구를 만나고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 안달을 낸다. 그러한 이유 또한 무엇이겠는가. 그런 사람은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표 주위에서 일어난 일을 알아 기회가 되면 대표에게 귀띔을 해줘 마치 자신이 대표를 엄청나게 챙겨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어느 대표가 아랫 사람 말을 곧이 곧대로 듣겠는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지속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이어간다. 확언컨대 이런 사람은 동료나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종 인사권자인 대표에게 잘 보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참으로 가련한 인생이다.

아랫 사람의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상사든, 상사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부하 직원이든 이런 사람들은 공자가 강조하는 ‘분수’를 모르고 살아가는 ‘푼수’들이다. 결국 그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해당 조직에서 강제로 축출 당하거나 자신 스스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원컨대 ‘푼수’가 아닌 ‘분수’를 아는 삶을 살기를 권면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