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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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3)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11.1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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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뵈러 오느라 이것밖에 준비 못 했어요.”

나는 웃으며 그들을 이미 용서했지만 한 마디는 잊지 않았다. 

“여러분이 첫 외국 생활에 불안하고 긴장되어 본의 아니게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외국에 나와 생활할수록 한국인으로서 나라의 격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셋 이상만 모이면 싸움이 나고 집단행동을 한다는 비난을 더는 받지 않도록 주의해라.”

학생들은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학교로 그날 밤 나를 찾아왔던 간호사 중 두 명이 오리털 이불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학장님 감사합니다. 저희는 대학 졸업하고 병원에 취업하여 가족들과 함께 잘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학장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요.”

나는 납작하게 공기를 빼서 포장된 오리털 이불을 받아들고 “여러분 생각하며 잘 덮을게요.”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니 그 아픔 또한 이런 추억이 되었다.

건설교통부 장관과의 NMC 4년제 대학 신설을 위한 담판 

학장이 되기 전부터 나는 우리 대학의 북유럽식 교육시스템과 실습여건 그리고 어지간한 4년제 대학보다 높은 수능 등급 입시 커트라인 등을 고려할 때 단지 3년제 학교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받는 불이익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대학졸업자를 선발하는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입학 합격자를 보면, 서울대 상대를 비롯하여 연대, 고대, 이대 등 서울의 명문대학 졸업생들의 지원으로 지방 국립대학교 출신들도 불합격할 밖에 없을 정도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했다. NMC의 평균 입학 경쟁률은 50:1을 웃돌았고 대학졸업자 중에서 선발하는 특별전형도 30:1을 상회하여 입시 때마다 신문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학교 안팎에서는 NMC는 4년제 대학보다 우수한 3년제 대학이니 4년제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어 있었다. 학장이 되면서 나는 우리 대학이 4년제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의지로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국장, 과장을 만나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교육부는 건설교통부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가장 상위법이기 때문에 서울, 수도권 내에서 대학을 신설하는 일은 건설교통부부터 승인해야 교육부에서 검토 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나는 4년제로의 승격을 생각했으나 교육부 과장 설명은 법적으로는 3년제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폐교 후 4년제 국립의료원간호대학 신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학 신설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곧바로 건설교통부 수도정비계획과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나는 우리 대학의 특수성과 우수성, 4년제로 개편되어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하고 반드시 4년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장은 내 말을 듣고 나서 “학장님 설명을 듣고 나니 그 대학은 정말 4년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대학 신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저촉되는 문제라 최종 국무회의까지 거쳐야 하는 일입니다. 제가 학장님을 정말 도와드리고 싶으나 제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일로 무력감마저 느낍니다. 죄송합니다.”

과장 설명을 다 듣고 나서 4년제 신설 건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과장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건설교통부 장관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나는 급히 또 정대철 대표님께 내용을 말씀드리고 건교부 추 장관님을 면담할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 정 대표님 덕분에 바쁜 건교부 장관님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나는 NMC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드린 후 4년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 4년제가 되었을 때 대학 발전의 가능성과 유익성,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확대 등을 설명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건설교통부가 중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있어 서울의 인구 증가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 해결방안도 물론 제시했다. 4년제가 되더라도 현재 3년제 대학의 학생 총 정원을 늘이지 않고 정원을 동결하여 한 학년 학생정원을 감축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4년제가 되어도 학생 수 가 증원되지 않으면 수도권정비계획법과는 무관하게 되므로 4년제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논리였다.

장관님은 내 설명을 듣고 충분히 알았다면서 나중에 담당국장을 불러 지시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하셨다. 장관님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선 기분 좋은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그 답변에 만족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장관님께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동안 제 경험으로 보면 공무원들은 대개 장관님 앞에 서는 추진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바쁘다 보면 잊어버리거나 말과는 달리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으니 제가 있는 이 자리에서 지금 바 로 담당국장을 불러 확실하게 틀림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해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그럼 저도 담당국장에게 한 번 더 확실하게 직접 이해시킬 기회도 가질 수 있어 마음 놓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지금 국장을 들어오라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장관님께서는 비서관을 시켜 국장을 들어오게 했다. 내가 원한대로 내가 동석한 자리에서 장관님은 NMC 간호대학의 4년제 신설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건교부 실·국장 회의를 거쳐 교육부와 협의하여 전체 차관회의에서 통과하도록 노력하고 나면 최종 국무회의에 서는 장관님이 처리하겠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말씀해주셨다. 나는 이 사실을 곧바로 교육부에 알리고 건교부의 상위법에서 통과 되면 교육부에서 다음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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