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무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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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무창포
  • 이진솔 기자
  • 승인 2023.12.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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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전날, 부모님과 무창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방문하던 식당에 들어가 회무침과 물회를 시킨다. 따뜻한 물을 마시며 바다를 바라본다.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은 포장해갈 회를 사러 수산물 시장으로, 나는 바닷가로 향한다. 무창포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는지 바닷가 모래사장에 눈이 높게 쌓여있다. 걸을 때마다 차가운 눈 속으로 발이 빠진다. 보호소에서 집으로 온 지 두 달이 되어가는 강아지 봄이를 눈밭에 내려놓는다. 한 바퀴 쫄랑쫄랑 돌더니 발이 시리다며 울어댄다. 강아지를 안고 한적한 겨울 바다에 앉아본다. 담요에 꽁꽁 말아둔 강아지를 내려두고 겨울 바다를 눈에 담는다. 강아지도 담요에 몸을 맡기고 눈을 굴린다. 바닥에 크리스마스 산타를 그려보려 해도 모래가 얼어 그려지지 않는다. 그림은 포기하고 눕듯이 앉아 밤하늘을 본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참 동안 높게 뜬 달을 바라본다. 여기저기서 시작되는 폭죽놀이가 겨울 바다의 적막을 깨고 차가운 겨울 공기가 화약 냄새로 덮인다. 냄새를 피해 해변에 쌓인 눈을 밟아본다.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는 눈에 발이 시릴 때쯤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부모님과 바닷가를 걸어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운전석에 앉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이 밤이 지나면 크리스마스 이브구나! 설렘을 안고 핸들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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