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0)
상태바
‘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0)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1.04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 학장, 학장 인제 그만두는 거예요?”

“30년간 이민 가서 사는 선배가 갑자기 무슨 학장 타령이에요? 학장 발령 문제는 대체 어떻게 알았고요? 교수들 외에는 외부에서 모르고 있는데, 미국 시민이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교육부총리 사인까지 났으니 청와대에서는 곧 임명될 거니까요. 그런데 미국 시민이 대체 어디서 학장이 되니 안 되니 소리를 듣고 전화 한 거예요?”

“실은 어제저녁에 A 교수하고 또 한 친구하고 내가 미국에서 왔다고 만나 저녁을 먹었어요. 그런데 A 교수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하더군. 그때가 6시 반경이었는데 처음엔 관심 없이 있다가 귀에 들리는 얘기가 학장 임기 어쩌고 하면서 과거에 학장 연임한 선례가 있었느냐, 연임한 원장이 몇 명이었느니 하며 전부 학장연임과 관련된 대화길래 나도 깜짝 놀라 관심 있게 들으면서 아무래도 이번에 송 학장이 학장을 그만두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밤새 걱정하다 아침에 전화를 서둘러 한 거예요. 그런데 걱정하지 말라니 참 다행이군요.” 그러면서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놓고 나니 옆에서 결재받기 위해 기다리던 정 교수가 듣고는 펄쩍 뛰며 말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어요? 어제 우리 대학이 보낸 공문 내용인데 어떻게 A 교수하고 그런 얘기가 외부에서 오고 갈 수가 있는 거예요?”

그 내용은 전날 교육부에서 우리 대학에 공문을 보내와서, 어제 오후 3시 반 경 총무과장이 발송한 답변서였다. 나와 교학과장이 함께 작성해서 전송한 문서 내용이었기 때문에 나도 놀랐고, 정 교수도 놀랐다. 나는 학장임명에 무슨 마가 끼고 있음을 직감했다.

잠시 후 학생과장인 김 교수도 결재를 위해 내 방에 들어왔다가 정 교수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듣고는 노발대발했다. 급기야 두 과장은 “학장님,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으니 당장 교수회의를 소집해서 A 교수를 상대로 청문을 해야 해요. 학장님 이대로 있으면 발령이 안 날 것 같습니다.” 하며 긴급 교수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나는 두 교수를 진정시켰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세상사가 그렇게 적당하게 뒷거래로 되지도 않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더군다나 내 학장 발령은 대통령 임명제가 아니고 우리 교수들이 선거를 통해 투표로 선출한 선출직인데 무슨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임명을 거부할 수 없는 일이고 또 이미 교육부총리까지 재가한 사안이니 너무나 걱정들 하지 마세요. 더군다나 나는 김대중 대통령 임명을 받아 지난 4년간 학장을 대과 없이 했고, 신원조회도 그 당시 안기부에서 철저히 한 후 임명됐기 때문에 이번에 청와대에서 임명에 걸릴 사유는 하나도 없으니 왜 학장임명이 안 나겠냐? 그리고 내 학장임명 건으로 방학 때 긴급교수회의를 열어 A 교수를 상대로 청문한다는 것은 내가 동의할 수 없으니 유유자적하게 좀 기다려 보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기다려도, 내 임명 종료일이 지났어도, 학장임명 건은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은 술렁거렸다. 다시 A 교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두 보직 교수들은 그날 미국 뉴욕 K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교수들과 공유하고, 교수회의에서 A 교수에게 따져 물었다. 그날 동기 세 명이 저녁 먹던 6시 반에 통화한 내용이 우리 대학에서 보낸 공문 내용과 어떻게 일치할 수 있으며, 외부에서 누가 어떻게 그 공문 내용을 그대로 A 교수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날 통화한 외부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하라며 따져 물은 것이다. 침묵하던 A 교수가 입을 열어 한 말은 더욱 어이없었다. “내가 그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를 대면 학교가 난리가 날 거라 그럴 수 없다.”

기막힌 대답이었고, 어리석은 대답이었다. 교수들은 그 대답을 듣고 더 분노했지만, 나는 내 인사문제를 두고 이렇게 교수회의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교수들을 진정시키고 회의를 끝냈다. 교수들은 내게 학교가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사람인데 어떻게 가만둘 수 있겠냐며 오히려 내게 따져 묻듯 했다.

다음 날이었다. 동문회장을 비롯한 원로 선배님들이 학교로 찾아오셔서 이 건에 관해 언급하면서 노발대발하셨다. 어제 A 교수로부터 사건에 대해 들었는데, A 교수는 학장직에 관심도 욕심도 없는 아주 순수한 교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 학장이 A 교수에 관해 없는 말을 만들어 코너에 몰아 A 교수가 너무나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원로선배들은 일방적으로 나를 질타했다. “그동안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거즈 접는 봉사활동을 하러 학교에 들렀었는데, 송 학장은 일체 학교 얘기에 관해서는 우리에게 한마디도 안 하고 학장 건에 관해서도 지금까지 우리에게 말한 적이 없다. 송 학장은 거만하고 도도해서 학교 얘기를 선배들한테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니 A 교수가 선배로서 얼마나 힘들게 당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참으로 허탈했다. 세상은 참으로 적반하장이었다.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당사자가 교수회의 등 자기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원로동문까지 끌어들여 나를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에 나도 참을 수 없었다. 참으면 천하에 선배 교수를 음해한 모리배가 될 게 뻔했다.

회의실에 앉은 원로선배들은 학과장인 정 교수부터 만나자고 했다. 정 교수가 만나고 나와서 내 방에 들렸다. 제게 어떻게 똑같은 NMC  선배인데 일방적으로 송 학장 편만 드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