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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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208)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4.01.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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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돌쩌귀

‘노랑돌쩌귀’의 다른 이름은 백부자인데, 뿌리가 백색을 띠고 꽃이 황백색이어서 붙인 명칭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대 로마시대 ‘오비디우스’ 시인이 쓴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 우리 야생화 백부자 이야기가 나온다.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트로이센 왕의 딸 아이트라와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 ‘테세우스’가 오랜 방황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부왕 아이게우스는 몰라보게 늠름해진 아들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부왕에게 몇몇 공적을 피력하고 보상을 요구했다. 

이때 뱀의 눈을 가진 아름다운 마녀 메데이아는 그가 왕자라는 사실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없앨 궁리를 짜기 시작했다. 궁리 끝에 독배를 신들의 음식으로 속여 그에게 권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속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마셔보라고 권했다. 부왕은 이때서야 모든 것을 깨닫고 그녀를 향해 ‘마시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그 순간 그녀가 바닥에 잔을 내던지자 대리석이 부글부글 타며 녹아 내렸는데, 이 음식이 백부자로 만든 독극물이라고 한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사약을 만들 때, 이를 사용한 듯하다. 노랑돌쩌귀 원줄기는 높이가 1m에 달하고 마늘쪽 같은 뿌리가 2~3개 씩 발달한다. 

잎은 어긋나고 한여름에 연한 황색바탕에 자줏빛이 도는 꽃이 매우 아름답다. ‘꽃이 되어 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라는 좋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산국화

산국화는 숙근성 여러해살이 야생화로 키 높이가 1.5m 정도, 뿌리는 길게 뻗으며 줄기는 모여 나고 곧추선다. 잎은 긴 달걀형으로 갈라져 날카로우며 꽃은 줄기 끝에 노란색으로 달린다. 
옛날 중국 감곡이라는 강의 상류에 신비로운 산국화가 자라고 있었다. 강물에는 국화향이 섞인 이슬이 떨어져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이 물을 마시고 모두 건강하게 장수하였다고 한다. 또 팽조라는 선인은 국화를 심은 연못가에서 늘 국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수백 년을 살았다. ‘순수한 사랑’이 꽃말이다.

개버무리

조물주가 어느 날 구절초, 쑥부쟁이 등 가을꽃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자투리들이 아까워 잘 버무려 뭔가 부족한 꽃이 만들어졌다. 꽃이 곱기는 해도 당나귀 귀처럼 비례가 어설퍼 보였는데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개’라는 접두어를 붙여 잘못 버무린 꽃이라는 의미로 ‘개버무리’라 이름 지었다. 개버무리의 노란 꽃은 멀리서 보면 마치 개가 있는 듯하고, 잎과 줄기가 덩굴져 자라는 모습이 마치 그 속에 개가 어우러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꽃줄기 길이가 2m까지 자라는 덩굴성 식물로, 잎은 마주나고 여름에는 덩굴이 모여나 연하고 빛나는 잎 사이에서 귀여운 노란색 등과 같은 꽃이 환하게 핀다. 노랑 사기그릇 여러 개를 뒤집어 줄기에 매달아 놓은 것 같은 모양이 매우 아름답다. ‘백학의 비상’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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