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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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2)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1.18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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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동문회장은 “그럼 A 교수가 우리한테 얘기한 게 전부 허위라는 것이 드러난 것 아니냐.”며 지금까지 학교에 와서 이야기를 듣고 A 교수에게 들은 것을 종합해보니 A 교수의 말이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하셨다. 또 교수들은 우리 학교가 이렇게 이유 없이 학장도 없는 채 지낼 수는 없다며 불안감과 분노를 드러내면서 학교는 혼란과 혼돈에 휩싸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사태 속에서 진정한 마음을 준 고마운 교수도 있었고, 아픈 고통을 안긴 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억하기 싫은 그 사람조차 분명 내 생의 한 부분 속에 들어와 있음을 알았다. 내 정신은 내가 좋든 싫든 만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나를 있게 만든 사람들 모두가 언젠가는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비는 마음으로 버텨야 했다. 그러나 나를 더 아프게 한 것은 자신의 위선과 음모를 감추기 위해 끊임없는 거짓과 변명으로 나의 영혼마저 흔들려는 포기 없는 행태였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불러 진실을 덮으려 했다. 그 진실을 해명하는 것조차 유치한 말놀음인 것 같아 아예 침묵하기로 했다. 웅변보다 침묵이 금일 수도 있을 테니 하는 믿음으로….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편지 보내다

결국, 깜깜이로 학장 임기가 종료되었고, 학교는 학장이 없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데도 학장임명은 오리무중이었고, 학교는 그야말로 혼돈의 소용돌이였다. 그때 교육부에서 들어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교육부 담당과장에게 먼저 물었다.

“한 가지만 묻겠다. 교육부 장관이 결재까지 마친 학장 임명서류에 무슨 하자가 있어서 청와대에서 몇 개월을 이유도 없이 보류하고 있는지 말해 달라. 발령 나지 않는 이유만 말해 주면 나는 깨끗이 접겠다. 나나 우리 교수들이나 이렇게 국립대학 교수들이 선거를 통해 뽑은 학장 발령이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에서 안 나고 있는 이유도 전혀 모른 채 그냥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 이유만 말해 달라.” 하지만 과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학장님 더는 물으려 하지 말고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세요. 저희도 더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만일 교수들이 시끄럽게 데모를 한다든가 집단행동을 하면 학교에 감사가 나갈 수도 있으니 알아서 하시고…. 오늘 중으로 교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 교수를 학장 직무대 행으로 정한 후 내일 교육부에 보내주세요.” 나는 그 과장의 입장과 그 말뜻에서 교육부도 어쩔 수 없는 곤란한 처지임을 직감했고, 이 상황에서 재가해 준 교육부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싶어 알겠다 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보직 과장들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가장 연장자인 고대 출신 B 교수를 학장직대로 하고 교육부에 바로 들어가라고 했다. 다음날 교육부에 다녀온 B 교수는 “교육부에서 선관위원회를 만들어 빠른 시일내에 학장선거를 해서 다시 2인 후보를 올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나를 학장 발령낼 수 없다면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2인 복수로 올린 제2 학장 후보 정명실 교수로 발령을 바로 내면 될 것이지 왜 다시 선거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학장을 선출해야 하느냐고 교육부에 질의했다. 하지만 무조건 정명실 교수도 안 되니 다시 2명을 뽑아 올리라는 것이었다. 정 교수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대체 무조건 이유도 설명도 없이 두 사람이 다 안 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교수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일부 교수들은 내 방에 와서 “우리가 투표해서 100% 득표를 한 학장을 이유도 모른 채 또 선거해서 다른 사람을 학장으로 뽑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학교 학장은 우리가 뽑은 학장님외엔 인정할 수 없어요.” 하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들 교수에게 나는 “교수들이 끝까지 나를 학장으로 하겠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응하면 이번에 학교가 큰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이 상황이 옳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학교가 우선이지 내가 학장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설득했다. 그런데도 교수들은 회의를 열어 ‘기자들한테 알리자, 시위하자’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다 각자 청와대에 탄원서를 내기로 결의했다. 탄원서 쓴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회의실로 갔다. 가서 작성하고 있는 탄원서를 걷어 대봉투에 넣고 말했다. “여러분이 이렇게 단체 행동을 하려는 것은 학교에 도움이 안 된다. 소나기가 올 때는 일단 피하자. 그리고 내 학장 발령 건으로 교수들이 이러면 정말 학교가 문제 될 수 있으니 참아 달라. 탄원서를 낸다면 여러분이 낼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내 이름으로 내가 내는 것이 옳다. 물론 여러분이 이것이 어떻게 학장 개인 일이냐, 학교 일이지 라고 생각 하는 것도 알고 개인적으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학장 후보는 나이니 여러분이 나서서 학교가 더 큰 화를 당하는 것은 내가 원치 않는다.” 나도 사람인 이상 이렇게 무모하고 무원칙한 청와대의 인사행태를 보고 어찌 그 분노와 억울함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내가 그들의 분노를 증폭시킬까 봐 교육부에서 만일의 경우 학교 감사를 나온다고 한 말은 교수들에게 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뉴욕 K 선배의 전화를 받고 여러 채널을 통해 인사 상황을 알아보았다. 남편이 지인을 통해서도 알아보았고, 그 당시 복지부 장관을 그만두고 대통령 특보로 계시던 김화중 장관님께서도 나서서 청와대 인사비서관한테 두 차례나 확인해봐도 인사 쪽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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