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왜 한쪽으로만 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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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왜 한쪽으로만 부는가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24.02.0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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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삶의 길 위에서

벌써 6월이 지나고 7월에 접어들었다. 초록의 더께도 짙어만 가고 있다. 한 계절이 가고 에둘러 오고 가는 시간은 올해도 절반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문득문득 사람과의 인연이란 무엇인가의 생각이 많아졌다. 

지난날 치열했던 과거, 열정을 불살랐던 청춘의 시간을 회상해 보았다.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개운치 않은 여운들이 떠오른다. 어둠의 벽 뒤에 찬란한 햇빛이 비치듯이 누구나 마냥 밝지만은 않은 마음의 그늘이 다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면 그 그늘을 밝은 빛으로 색을 우려내는 것도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 또한 절반이 지났다. 새삼 세상에는 그 어떤 것도 무한한 것은 없다. 그 아득한 삶 속에 아득히 흘러가는 내 젊음, 또한 그저 통속하는 세월의 한 장면일 뿐이다. 그 삶 속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같은 각박한 현시대에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실속을 따져 필요에 따라 손을 잡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진실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서로 평가하고 자기 기준에 맞춰 동그란 잣대, 세모난 잣대. 네모난 잣대로 들이대고 마구 휘둘러댄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닌데, 속단하고 그 사람의 좋은 면은 보지 않으려 하며 흉허물만 들춰내려 한다. 조심스러워 과묵하게 되고 대면하기가 무서운 세상이 된 것 같다. 그냥 숨소리처럼 쉽게 뱉어놓고도 거둬들이지 않아도 좋을, 믿음의 말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과 사람 사이였으면 좋겠다. 무게를 굳이 밝히지 않아도 신뢰하는, 그냥 위로가 되고 안부가 되는, 그런 바람이어도 좋다. 빈 들판에 풀씨 같은 그런 말들도 그립다. 안 보면 안부가 궁금하고 보고 싶은 끈끈한 그런 인연들이 그립다.

얼마 전부는 TV 뉴스도 틀기가 무섭다. 다 죽이고 복수하는 막장드라마가 인기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중에 한 방송사에서 방영했던 드라마가 있었다. 지난주에 종영을 한 ‘디어 마이 프렌즈’ 드라마가 보는 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였다. 우리의 황혼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출연진들이 명배우들인 김영옥, 김혜자, 고현정, 고두심, 윤여정, 신구, 주연, 박원숙 등 최고 명배우들이 다수 출연한 드라마였다. 인생의 길 위에서 자식들과 현시대와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흔히 살아가는 그런 일상이 주제였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나이는 상관없이 서로 사랑하며 위로하며 부대끼며 의지하며 덤덤히 생의 끝을 받아들인다. 우리 또한 그 주인공이다. 인생은 끝이 없다. 올 때도 예고 없이 왔다가 갈 때도 예고 없이 떠난다. 16부작으로 끝낸 드라마 마지막 화면에 보면 주인공들은 어느 초라한 바닷가 여관방에 모였다. 다들 어떻게 죽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다들 희망사항이지만, 나름 외롭지 않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은 늙어 힘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험난한 여행을 계속 시도한다. 젊은이들의 짐이 되고 싶지 않기 위해 여행길이 험난해도 그들은 상관없었다. 그들이 살아온 삶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 연세가 제일 많은 주인공은 인생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별거 없다.”고 말을 했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생의 끝자락에서 나름 노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열심히 살아온 생의 원천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 다만 소원이 있다면 이 순간이 좀 더 오래가길 바라며 의연하게 생의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최종회 영상은 바닷가에서 어스름 석양을 등에 지고 붉게 물든 낙조를 보며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들의 뒷모습이 그리 쓸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우리는 누구와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했느냐에 따라 행복의 지수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노후를 어떻게 어떤 사람과 인연 속에 생의 마무리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할 터, 그리고 우리도 항상 젊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잘 살아내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다. 혜인 스님의 ‘오늘 내가 살아야 하는 의미’ 중에서 “사람은 항상 생각하는 것이 성격이 되고 인격이 되고 용모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숱한 인연들,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깨에 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소소하건 진한 감동이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잘나든 못나든 상처투성이든 아니든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이다. ‘내 마음도 다치지 않게’ 자신을 소중히 보듬는 일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값질 꼴
 
봄을 건너온 초여름 햇살이 푸르름과 입을 포개는 아침, 싱그러움이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창밖을 보며 찻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온통 대중매체에서는 대한항공 ‘한진가’의 ‘갑질 논쟁’으로 하루가 멀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대한항공이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공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대한항공은 한진 계열 항공사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회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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