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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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의 기행
  • 김묘순 충북도립대 겸임교수
  • 승인 2024.02.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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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서)

이순신의 신위가 모셔진 사당의 지붕은 특이하다. 지붕 맨 위쪽에 구멍이 뚫려있다. 이 구멍은 높은 곳에 위치한 충렬사에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혜롭다. 충렬사 뒤쪽에 충렬초등학교가 보인다. 학생들이 주말이라 보이지 않는다. 나무 그늘에 노인 몇 분이 더위를 피해 앉아서 연신 마른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 더위에 나한테 끌려 먼 길을 동행해준 이의 목덜미에도 줄기차게 땀이 흘러내린다. 미안하고 고맙다. 

11. 청마 댁 2층에서 논(論)함
「통영(統營) 4」에서 충무공의 영정에 대해 

충무공은 다사다난한 국란에 진영을 남기지 못하였다. 정지용과 친구들은 청마 댁 2층에서 한산도 제승당에 모신 충무공의 신구(新舊)영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구는 새 영정이 무장의 기개가 없이 문신의 기풍이 과하다하고 누구는 대장부도, 선풍도골도, 무강하신 무서운 얼굴도 아니시리라 한다. 정지용은 외화가 평범하고 문무를 초월한 성자 같으시리라는 의견을 내고 편히 잤다고 서술하고 있다. 제승당에 있는 충무공 영정은 얌전하고 티 없는 옥처럼 그려져 있다. 정지용은 어젯밤 청마 댁에서 낸 의견이 맞았다고 흡족해하며 우리민족 후예가 모두 충무공처럼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한산도로 향하는 파라다이스호는 선장의 안내방송이 있은 후 매끄럽게 달렸다. 제승당 입구에 ‘사적 제113호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라는 바위 안내판이 우리를 반긴다. 제승당 가는 길목은 관광객들의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도 고요함과 적막감이 들었다. 왼쪽 산에서 키 큰 소나무들이 가지를 내려 악수를 할 것만 같다. 길 오른쪽으로 펼쳐진 바다는 섬을 안고 있었다. 안내판에는 충무공이 1592년 한산대첩을 치른 후 제승당을 짓고 1593~1597년 삼도수군 본영으로 삼아 해상권을 장악하고 국난을 극복한 유서 깊은 사적지라고 쓰여 있다. 이곳에는 후손 통제사 행적비가 있었다. 충무공의 후손으로 통제사나 부사로 부임했던 이들의 선행을 기념하기 위해 한산도와 거제도 주민들이 세운 송덕비를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이태상, 이한창, 이승권, 이태권, 이규안의 송덕비가 늘어서 있었다. 충무공이 자주 올라 왜적의 동태를 살폈다는 수루(戍樓)도 있다. 그는 이곳에서 왜적을 물리쳐 나라를 구해달라고 기도도 하고 우국충정의 시를 읊기도 하였다. 이곳은 고동산, 미륵산, 망산을 연결해 봉화, 고동, 연 등을 이용해 왜적의 동태를 살핀 곳이라고 한다. 1976년 고증을 통해 신축하고 2014년 목조로 전면 개축하였다. 충무공이 부하들과 함께 활쏘기를 연마한 한산정에 올랐다. 한산정 안내판에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에는 활터와 과녁 사이에 바다(145m)가 있는 이곳 활터는 밀물과 썰물의 교차를 이용해 해전에 필요한 실전거리 적응훈련을 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활쏘기 내기를 벌여 진편에서 떡과 막걸리를 준비해와 모두가 배불리 먹었다고 난중일기에 여러 차례 기록되어 있다. 이는 활쏘기의 흥미와 장졸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충무공의 지혜였을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제승당 유허비는 1739년 통제사 조경이 제승당을 다시 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제승당은 충무공이 작전지휘소를 세웠던 곳인데 정유재란 때 불탔다. 충무공의 영정은 정지용의 말이 옳았다고 나는 빙그레 웃었다. 정말 문무를 초월한 성자 같은 모습이다. 볼수록 온화한 모습이다.   

12. 낙타는 숨어있거나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통영(統營) 5」는 미륵산에 시비로  

            
미세먼지와 추적거리는 빗줄기에 숨이 고르게 쉬어지질 않는다. 하늘이 그저 뿌옇달 뿐인데 온통 사람들은 미세먼지 때문이란다. 전에 없이 뿌옇고 흐리멍텅한 하늘을 보니 세상 사람들 이야기가 옳은가보다. 책상 위로 가득히 쌓여가는 인쇄물들 틈에서 가위눌림을 당하는 날 무작정 밖으로 탈출을 한다. 청년시절에 감당하지 못하였던 한 시인을 향한 궁금증이 홍염처럼 돋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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