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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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이야기다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4.05.0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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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잘 될 때도 있고 헤맬 때도 있다. 모든 게 다 그렇지 아니한가. 사는 것 조차도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술술 잘 풀린다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 좋은 삶을 살 것이고 다 잘 이루어 놓을 것이다.

글이 안 될 때는 항상 ㅂ소재의 빈곤을 느낀다. 하지만 실은 소재야 우리 일상에 항상 널려있다. 누구나 같이 사는 일상이지만 그걸 어떻게 이야기로 끌어내고 만들어 내느냐 하는 그게 잘 안되는 것이지 소재야 널려있는 것이다. 사는게 이야기고 주변의 사물이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미 내가 사는게 이야기 이며 사물에도 이야기가 들어 있고 시어가 그득하다. 보는 눈을 갖지 못했을 뿐이다.

아침에 밥을 먹다가 특별히 맛이 좋았다면, 산책길에 길섶에서 고라니가 후다닥 달아나 놀랐다면 그것도 이야기다. 밭에 심어놓은 콩을 꿩이나 비둘기가 다 파먹으면 거기도 이야기는 나온다. 엊그제 퍼마신 술로 아침이 힘들다면 거기에도 훌륭한 이야기 소재가 숨어 있고 시장 바닥을 한바퀴 돌면 시어가 널려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친구가 불러내 밥을 먹다보면 시가 나온다. 실은 소재가 너무 많아 선별이 어렵고 포인트 잡기가 쉽지 않은 것 뿐이다. 그걸 이야기로 끌어내느냐 못 끌어내느냐 하는 데서 글이 잘된다 안된다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다 시인이 될 수 있고 이야기 꾼이 될수 있지만, 다 똑같이 “꾼”이 될 수는 없다. 소질이 각기 다르고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주관없이 끌리어서 가는 삶은 열심히 사는 삶이 아니다. 내가 생각 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며 가야 좋은 이야기가 나오고 훌륭한 삶이 될 것 같다. 

가는 길마다 이야기가 나오고 나중에 삶이 마감을 할 때 좋은 장편소설이 나온다면 잘 살은 삶이 될 것이다.

일단 잘 살려면, 좋은 이야기가 나오게 하려면 위에서 얘기한 바대로 생각을 하면서, 자기의 길에 관찰을 잘 하면서 가야한다. 그래야 좋은 길이 나온다. 그냥 따라가는게 아니고 내 길을 내가 생각하면서 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게 좋은 삶의 길이다. 

어떤 일에도 생각을 반복하다보면 좋은 방안이 떠 오른다. 관찰을 하다보면 길이 보인다. 잘 산 사람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이야기 되는 분들은 이렇게 산 사람들이 아닐까.

사람들은 높고 크고 넓개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수는 없다. 크게 높게 사는 생, 남들이 우러러 보는 삶만 잘 사는 삶이 아니다. 작더라도 충실하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일 것 이다.

누구나 크게 넓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자기 처지대로 자기의 길을 열심히 가면 그게 잘 사는 것 이다.

이야기가 잘 나오는 삶이고 얘깃거리가 있는 길이다. 열심히 사는 삶 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만들어 가는 게 작가이고 글쟁이다. 여기에 양념을 적당히 치고 지지고 볶아서 먹음직한 글을 만들어내는 게 훌륭한 요리사가 하는 일이고 작가들이 할 일이다.
이러고 보면 글쓰기도 참 수월할 것 같은데 잘 나가다가도 어떤땐 막히고 만다. 항상 잘되면 누가 걱정을 하겠는가. 장인이 되기 쉽다면 사는게 무슨 걱정이겠는가.

잘 나가다 막히고 잘 가다가도 다리가 접질리고 하는게 삶이니 어떻게 털고 일어나서 다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일시적으로 닥친 어려움에 좌절하지 말자. 길을 가다가 터널을 만나도 그 터널은 반드시 끝이 있는 걸 알아야 한다. 굴 한가운데 있을 때는 출구가 뵈지를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가면, 계속 가다보면 빛이 열리고 터널은 끝나게 돼있다.

생각하며 사는 생, 이야기가 있는 삶, 열심히 사는 인생의 끝에는  잘 살았다는 한편의 장편소설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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