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啐啄同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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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啐啄同時)
  • 석호 박해미
    시인.옥천문인협회장
  • 승인 2017.02.2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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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란 안과 밖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닭이 쪼는 것을 탁(啄)이라 하는데

이것이 동시에 함께 이루어져야 부화가 가능하다는 비유에서 나온 고사성어로서

과거엔 가장 이상적인 스승과 제자 사이를 의미하기도 했었다.생각해보면 요즘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적용이 되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夫婦)가「줄탁동시」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師弟)가「줄탁동시」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勞使)가「줄탁동시」할 때 만들어 질 것이고, 이상적인 국가는 정치인과 국민이 함께 「줄탁동시」할 때 조금씩 더 가깝게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올 해는 정유년 닭의 해이기도 하니, 한번 쯤 다시 되짚어 볼만한 사자성어 인 것 같기도 하고,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 요즘에 이런 옛이야기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개인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때론 필요한 이념일 수도 있고, 나 또한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개인주의를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개인주의는 자칫 이기주의를 동반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옛날에는 한마당에서 팔촌도 날 수 있다고 할 만큼 많은 가족들이 한 집에 모여 살기도 했고 3대가 함께 사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면서 살던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핵가족 시대를 살면서 가족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지만 그와 함께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자기 자신을 더 중요시하는 습성이 생겨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함께 한다는 것에도 점점 인색해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긴 하다.

어제는 서울 종로에서 문우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주로 50대에서 70대까지의 연령층이었다. 모든 회의를 마치고 저녁식사도 마칠 즈음에, 누군가로부터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고, 모두가 하나같이 나라를 걱정하는 목소리로 진지해질 때,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 한손에는 촛불 들고 다른 한손에는 태극기 들고 광화문 앞에 나가면 나 맞아 죽을래나? ”

모두가 한바탕 웃으면서 진지했던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초점이 문학과 문학기행과 시낭송회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이들이나 태극기를 들고 그 모진 추위를 이겨내는 이들 모두가 알고 보면 같은 마음이란 것을...

우리 민족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애국을 먼저 배울 수밖에 없고, 수없이 많은 외세에 시달리면서 우리끼리 뭉쳐야 산다는 것을 말로 배우지 않아도 뼛속까지 새겨진 민족이다. 열강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린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또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는 민족임을 부인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더욱 절실하게 줄탁동시를 해야 할 때라고 본다. 나와 이웃을 위해, 나와 가족을 위해, 나와 국가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뭔가를 함께 해야 하고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제는 농담처럼 웃자고 한 이야기였지만, 언젠가는 정말로 한손에 촛불을, 다른 한 손엔 태극기를 같이 들고, 서로 다른 방향이 아닌, 같은 방향을 위해 행진 할 수 있는, 그런 날을 간절하게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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