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자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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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자연과 함께
  • 황법명 수필가
  • 승인 2017.03.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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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내리는 햇빛에 한 방울 흐르는 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삶이란 따스한 언어를 가슴에 담고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한 충동을 느낍니다. 인간이 자신의 모든 것이 푸르름으로 가득 차서 그 어느 것이라도 물들일 수 있다면 한 줄기 햇빛에 한 방울 물에 조금도 거리낌 없이 자신을 맡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든 세월의 시간이 쌓여 인생의 저문 들녘에 이르렀을 때는 삶이란 따스한 말을 떠올립니다. 작은 진실에도 가슴 울렁이고, 작은 사랑에도 마음 조이던 시간들이 아름다운 기류가 되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그대의 진실이, 그대의 사랑이, 그대의 삶의 샘이 될 것이다. 목마르게 사막을 가다 샘물을 만나면 그대의 뜨거운 청춘을 생각하라” 하는 말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무엇인가에든 자기를 맡길 수 있음은 곧 자신이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탁 트인 바다를 생각하면 산을 오르다 정말 산마루에 올라서서 바다를 만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무 것도 고집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서 자신의 것들을 고집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이 지닌 순수를 파멸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산마루에 서서 바다와 함께 자기 영혼의 일부가 되어 있는 산 아래 마을과 길들을 바라봅니다. 조금 전에 지나온 곳들이지만 이미 하나의 흔적으로 무한한 영혼들을 밝히며 떠 있습니다.

저 작은 흔적들은 차츰 바다와 마을과 길들을 메워 갈 것이고 결국 우리 주위에서 마음의 공간을 채워가는 많은 소리들로 변모해 가리라 믿습니다.

우리의 목소리에서 무수히 발견되는 삶의 의미, 그 의미를 동경하고 그 것에 대한 동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의 생은 이런 동경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해도 틀린 것이 아닙니다. 먼 세계를 향한 동경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향한 동경에서부터 자신의 생을 명료하게 밭을 일구듯 일구어 갑니다.

우리는 삶을 방랑으로 일관해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해야 합니다. 방랑은 인간에게 자기와 자기 이웃에 대한 애정을 깊게 해 줍니다. 방랑하는 동안 만나는 것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놓습니다.

그리하여 먼 훗날 다시 그곳을 지나갈 때에는 자신의 이름이 불려 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낯선 곳을 지나다 누군가에게 자기의 이름이 불려 질 때처럼 생경하게 젖어있는 가슴을 위안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우리의 삶의 내면에는 생경함이 가득하겠지만 때로는 그 생경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시 삶이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처럼 생경함들이 여기저기 둥둥 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것에 생경함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그리움의 뿌리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은 그리움의 뿌리가 무성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그리워지지 않고 어딘가로 삶의 의미를 떠나보내 버림은 자신의 일생 전부를 무의미의 세계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생이 공허함에 침잠해 있길 원하기 않습니다. 공허함이란 어느 것이라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결코 삶은 무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그리워하면서 내 삶의 뜨거운 고동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생은 가장 아름다운 이상의 잎새를 은색의 하늘로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은색의 하늘 곳곳에서 선명하게 나부끼는 삶의 실체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유혹합니다. 삶의 유혹을 긍정한다고 해서 우리의 생이고 통의 세계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가까이 밀착되어 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른 새벽에 내리는 한 줄기 햇빛도 가냘픈 풀잎에 매달린 이슬한 방울도 모두 뜨거운 삶의 귀의처입니다.

그러므로 한 줄기 햇빛에 한 방울 물에 우리의 삶의 의미가 들어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 한 줄기 햇빛에 그 한 방울 물에 우리의 삶의 의미를 묻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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