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그에게 가까이 가기를 원한다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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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그에게 가까이 가기를 원한다면 (2)
  • 김묘순(수필가/시인.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17.06.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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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순(수필가/시인.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전호에 이어〉

그는 우리 현대문학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후배 문인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지용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사적 흐름은 대개 작가론 내지 시론(詩論)에 편중되어 왔으며 심도 깊은 논문이 많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지용의 문학 작품 발표 시기를 눈여겨보면 1935년 첫 시집인『정지용 시집』이 간행된 이후, 시보다는 산문을 주로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41년 두 번째 시집인 『백록담』을 간행하면서 산문 창작이 소강상태처럼 보였으나 1942년부터 다시 활발한 산문 창작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서양시 번역 이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던 것이다. 해방 후에는 “그는 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산문만을 주로 썼다.”((유태수,「정지용 산문론」,『관학어문연구』6집,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81, 163면.)고 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살펴본 결과 해방 이후에도 몇 편의 시를 발표하였다. 다만 산문을 주로 쓴 것이다. 유태수는 같은 논문 163면에서 “이러한 시의 침묵과 산문 지향은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시적 편력으로서만이 아니라 의식의 변화 양상을 드러내는데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말하며 정지용이 산문 지향주의로 의식이 옮겨갔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는 정지용의 작품에 대한 해금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용감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참 고마운 일이다. 불안할 때 자신의 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지용이 산문 창작을 많이 하였지만 정작 정지용의 산문에 대한 연구는 시에 비하여 활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몇몇 논자들이 정지용의 산문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을 시도하였으나, 정지용 산문의 전반적인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보다 총체적이고 세부적인 고찰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 중심의 문학 연구 태도는 정지용의 문학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접근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그의 문학세계를 편향되게 바라보게 하는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지용을 바로보고 그에게 더 가까기 가고자하는 자는 그의 산문이 열쇠를 쥐고 있으니 산문에 관심을 쏟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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