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보다 강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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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보다 강할걸
  • 유성희 옥천지역인권센터복지국장
    큰사랑요양병원
  • 승인 2017.08.0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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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보러 가요!” 누군가 그렇게 외쳤을 때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짧은 순간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가 스쳐 갔다. 어린애들이나 보는 그런 영화를 함께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포함해서 다른 영화를 추천해서 우겨볼까 아니면 꼬드겨 볼까 하는 등등… 교회 청소년들과 1박 2일 캠프 후 물놀이를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물놀이 장소로 정한 곳에 답사를 하니 물이 없고 잡풀만 가득했다. 급작스럽게 변경되는 계획 중에 다수결에 의해 조조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이다.

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영화관은 그곳에 들어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피서가 될 것이다. 영화 제목은 여러 개가 등장되었다. 10여 명의 단체관람을 몇 번 해봤는데 항상 영화를 고르는데 의견이 엇갈리어 쉽지 않았었다. 어떤 때는 영화를 보다가 자고 나온 적도 있다. 입 밖으로 내 생각을 내뱉지는 않았지만 내가 나를 생각해도 한심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 돌아가는 머리가 먼저 내 위주로 생각했다는 것이 나는 아직 교회학교 교사 자격이 멀었다. 어쨌든 결정됐다. ‘스파이더맨’을 보러 가는 것이다. 결정하고 나니 그 영화는 안 봐도 뻔한 스토리 일 것이라고 생각됐다. 악당들이 나올 것이고 주인공 스파이더맨은 언제 어디서든지 튀어나와 손에서 쭉쭉 거미줄을 쏘아 댈 것이고, 고층 건물 벽을 탁탁 손으로 짚어가며 기어 올라갈 것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면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다.

어릴 때 나도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며 얼마나 통쾌했던가? 스파이더맨을 포함해 슈퍼맨, 원더우먼, 600만 불의 사나이 등등이다. 진짜로 내가 힘들 때 그들이 와줄 것 같은 상상도 했었다. 교회에 와서 간절히 기도를 하고는 예수님도 그들처럼 짠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그들도 예수님도 내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 아침 일찍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도시에 살던 내가 옥천에 이사 와서 들었던 생각 중에 ‘어떻게 영화관도 없는 동네에서 살지?’였다. 그런데 20여 년 살면서 익숙해져 갔다. 아니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특별한 일이 되었고, 멀리 여행을 가듯 계획을 하고 기다리며 설레는 감정도 퇴색되지 않고 붙어 있었다. 조조영화는 가격도 싸고 사람이 붐비지 않아 좋다. 영화가 시작됐다. 외국영화는 한글자막과 영화 장면을 함께 보는데 익숙해지기까지 처음 장면들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집중을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장면들이 지나갔다.

외국 배우들의 말이 농담인지 협박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들은 아주 중요하고 위기의 순간에서도 말이나 표정이 코믹하다.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가 좋아’ 한국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속에서 우리끼리만의 읽을 수 있는 그 감동을 어디서 맛볼 수 있겠는가?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 영화가 더 좋아지는 이유다. 영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스파이더맨의 옷은 색깔이나 디자인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스토리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그의 놀라운 활약은 예전과 같았다. 사람들은 늘 이런 영웅을 기다리고 있나 보다. 스파이더는 거미라는 뜻이다.

거미줄에 걸린 곤충들을 보았는가? 거미줄에 걸리면 그곳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다가 서서히 기운이 빠져가는 곤충들을 볼 때 얼마나 애처로운지 불쌍히 여길 때가 있었다. 그렇게 잡은 곤충들을 먹이로 삼는 거미는 잡힌 곤충들에겐 악당이다. 그런데 영화 속 스파이더맨은 악당을 물리친다. 어쩌다 거미줄을 만졌을 때 잘 떨어지지 않는 기분 나쁜 끈적임이 영화 속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컴퓨터가 사용되고 업그레이드를 시키며 활약하는 내용은 상상이 조만간 실제가 될 것 같다. 대충 졸기도 하며 본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스파이더맨이 사랑과 정의 앞에 서 있을 때였다. 망설임 없이 정의 편에 서는 그를 보며 우리 사회 속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생각하게 했다.

정의 앞에서 가족이라는 것 때문에, 지인이라는 관계 때문에, 정 때문에 조금씩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다가 더 큰 선을 넘게 되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고, 지금도 온 국민이 재판장의 판결을 주목하고 있지 않는가? 희망이 있다면 사람들은 정의 편에 서 있는 영웅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마음속에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난 영웅들처럼 짠하고 나타나지는 않아. 그러나 너희들이 정의로운 곳에 팔을 뻗을 때 내가 그 팔을 잡아 주지. 정의로운 팔들이 겹겹이 뻗치면 거미줄보다 강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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