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큰물을 건너야 한다
나는 축축한 책보를 둘러맨 채
아버지 등에 납작 엎드렸다
흙탕물 속으로 견실한 풀잎들은 휩쓸리고
잔가지들이 비명을 지르며 떠내려 왔다
청태 낀 돌덩이들은 물밑에 진을 치고
앙상한 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물줄기도 아버지를 흔들었고 그때마다
내려앉은 마루처럼 어깨가 삐걱거렸다
온몸으로 생의 물살을 건너려는 아버지
젖은 등을 꼭 끌어안으면
담배밭 막걸리 냄새가 헐떡이며 올라왔다
검정고무신 한 짝을 삼키고 나서야
강은, 우리를 풀어주었다
아버지 고무신에 담겨 가는 등굣길
간신이 꿰매 놓은 신음이 쩌적쩌걱 새어나왔다
이제 더 큰물을 건너야 한다
◇약력
· 2011년 <시와 정신> 신인상
저작권자 © 옥천향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